'토플 없이 미국 대학 간다'는 유혹에 속지 마라

영어권 대학 수강에서 영어는 기본

"토플없이 미국 대학 간다'는 불 없이 밥짓는 것과 같다

인터넷 검색창에 '미국 대학 토플없이 가기'라고 치면 다양한 정보들이 뜬다. 이를 '국제화 전형'이라고 선전하는 곳도 있다. 이 글들을 읽어보면 그럴 듯하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들은 국내 고등학교 학생들이 '토플 없이' 미국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수시, 수능에 실패한 많은 학생들이 진로를 놓고 고민할 때 '토플 없이 미국 명문 주립대 가기'라는 말은 암 환자가 '치료약'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정보다.


그렇다면 이 '토플없이 대학가기' 프로그램은 과연 신뢰할만한가? 몇 년 전 서울 일부 사립대학들이 유학원들로부터 일정 커미션을 받고 학교를 열어주다가 사회 문제가 돼 폐지된 1+3 국제전형의 아류라고 보면 된다.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프로그램들은 이 프로그램의 변형이다.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ESL과정을 열어주고 열심히 공부하면 정식 입학을 허가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1년을 공부시키고 2년째 미국으로 보내는 '국제화 전형'과는 다르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내신도 나쁘고 더욱이 토플이나 아이엘츠 등 영어 공인 성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선전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필자에게 이 프로그램의 신뢰성에 대해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매우 많다. 이 프로그램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유학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필자는 학부모들이 100번을 물어와도 똑같은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가지 마라'다. 이는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 바느질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영어 공인 성적이 없이 영어권 국가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급해도 영어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미국 대학에 갈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학 업자들은 국내에서 1년을 공부시킨 뒤 미국 명문 대학 2학년으로 보낸다(1+3 과정)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ESL과정과 또 다르다. 많은 주립대학들이 지원 학생의 공인 점수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될 경우 '조건부'로 합격시켜 ESL과정을 듣게 한다. 미국 대학에서 영어 몰입환경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다소 미흡히지만 문제는 없다. 그러나 국제화 과정은 영어 몰입 환경이 아닌 한국 학생들을 몰아 놓고 수업을 한다. 심지어 한국어로 교양과정을 가르치기도 한다. 영어가 안 되니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없다.


미국 대학들은 국제 학생들을 선발할 때 가장 먼저 영어 공인 성적을 본다. 이것은 미국 전국 카운슬러 협회(NACAC) 연례 자료에서 나오고 있다. 즉 영어 공인 성적이 없으면 미국 대학에서 영어로 수업을 듣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토플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이 영어권 대학에서 수강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단순히 토플 성적 없이도 간다는 그 유혹에 넘어가서 '국제전형'에 등록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미국 대학에 진학을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요구하는 조건을 다 갖춰서 가는 것이다. 특히 영어 공인성적을 갖춰가야 한다. 각 대학들이 요구하는 공인 영어 성적을 확보하고 가는 것이다. 토플 없이 간다는 것은 불 없이 밥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 밥을 지을 때 밥솥에 아무리 쌀과 물을 넣어도 불이 없으면 밥이 안 된다. 불이 약하면 밥이 설익는다.


미국 대학들이 요구하는 영어 공인 성적은 보통 주립대학의 경우 IBT 79점 이상, 사립대학의 경우 100점 이상이다. 한국의 고등학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다닌 학생이라면 2-3개월 집중적으로 토플 공부를 하면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어렵다고 피하면 미국 대학 중도 탈락이라는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부 유학 업자들은 미국 하위권 주립대학들이 국제학생들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국제전형' 협약을 맺고 국내에서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플 없이 미국 대학 가기'라는 프로그램을 셀링 한다. 미국 하위권 주립대학들을 마치 미국 명문 대학으로 속이고 '토플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유학 업자들의 상술에 속지 말기를 당부한다.


북한산 인수봉에 오르는 길은 한두 개가 아니다. 목표가 정해졌으면 다양한 루트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토플 없이 미국 대학 가기' 프로그램은 절벽으로 이끄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수익 이전에 학생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즉 교육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토플 없이 미국 대학 가기'는 결코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 **위 글에 대한 문의는 kr172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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