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인 나도 할 수 있을까
저번 주 한 여자분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번호가 적힌 종이는 아니고 말씀이 적힌 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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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배를 마치고 일찍 위워크에 도착해 성경을 읽고
은혜받은 말씀들을 노트에 적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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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정리하고 커피와 우유를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 위에 핸드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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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꺼지? 찾아줘야 하는 생각에 다시 봤다
화면이 켜져 있었고 메인 화면에는 캘린더 어플로 일정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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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일정 중에 그 찰나의 순간에 눈에 보인 건 말씀과 찬양이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일주일 스케줄이 있는 어플에서
평일 저녁에 있는 말씀과 찬양이 딱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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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묵상하고 정리한 말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 말씀을 전해주면 저분이 오늘 더 은혜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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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마음을 뒤로하고 종이를 바인더에서 빼 걸어갔다
교회 다니시냐고 물어보니 엄청 놀라신 직원분
우연히 핸드폰에 적혀있는 말씀과 찬양 스케줄을 봤다고 하고 오늘 아침 묵상한 말씀인데 시간 날 때 보시라고 전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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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를 하고 묵상을 하고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생식을 하는 느낌이고 글로 정리하면 맛있게 요리를 해서 먹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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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정리한 글을 SNS에 올린다
이제는 좋아요 숫자보다 댓글 수와 북마크 수를 본다
내가 받은 은혜가 내가 받은 사랑이 이렇게 전해지는구나 느끼며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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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이사야 말씀을 보며 이전의 나를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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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이사야 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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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의 기도와 똑같은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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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
이사야 49:1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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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의 기도를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말씀을 실감했다
아 정말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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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은혜를 받으니 이 기쁨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바로 순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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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첫 번째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
두 번째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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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상하지 않을까
욕먹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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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보기에
혹여나 나의 부족한 언행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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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녔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도
세상이 기독교를 욕하는 이유도
하나님이 아닌 사람 때문인 경우가 많아서 더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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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으로 어릴 적부터 하나님을 믿은 나조차도 교회에서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은혜를 나누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상처를 회복하게 하셨고 은혜를 전할 용기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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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도 상처투성이였다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 때문에 형들에게 미움을 사 노예로 팔렸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장단비가 나를 원양어선에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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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고 보디발이라는 귀족의 집에서 일하며 인정을 받았다
보디발의 아내는 잘생긴 요셉을 유혹했다 자신과 잠자리를 하자고 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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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사랑했기에 요셉은 하나님이 원치 않으시는 일을 피하기 위해 그 자리를 도망쳤다
하지만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에게 누명의 씌워 요셉은 감옥에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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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도 요셉은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꿋꿋이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술 맡은 관원장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나가면 꼭 이야기해달라고 하지만 술 맡은 관원장은 까먹었다
요셉의 마지막 희망처럼 느껴졌던 기회도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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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에 노예로 팔려
30살에 애굽의 총리가 되기까지
13년 동안 요셉은 매 순간 상처 투성이었고 절망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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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오랜 아픔과 상처를 준 형들에게 요셉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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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했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창세기 50장 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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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셉이 될 수 있다
요셉의 훌륭함이 아닌 하나님의 위대함을 봐야 한다
우리의 어떠함이 아닌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모든 것을 행하시고 이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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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요셉의 하나님
다윗의 하나님, 솔로몬의 하나님, 욥의 하나님
그리고 나의 하나님 모두 동일하신 하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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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셨듯이 나를 사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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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어렵다
쉽지 않다
막막하다
두렵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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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버겁고 힘들지만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바꾸어 주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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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걸 믿고 붙잡고 오늘을 살아내기만 하면 된다
오늘의 은혜를 주시고 오늘의 성령을 주시고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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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나와 빛을 걸어가기 시작한다면
나처럼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상처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내가 느낀 은혜와 사랑을 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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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증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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