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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Feb 14. 2020

유통기한이 지난 정의

#민주당만빼고


한때 보수를 비난하면 "빨갱이다"는 말을 듣던 시기가 있었다. "빨갱이"소리 듣던 진보는 그 말도 안 되는 흑백논리 프레임을 무척이나 비난했다. 세월이 지나 진보는 그들이 집권하자 자신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일베", "토착왜구"라 부르며 프레임을 씌웠다. 그들은 국정운영부터 부패, 선동까지 그들의 대척점에 있던 보수의 길을 그대로 따랐다. 괴물과 싸우던 이들은 괴물이 되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도덕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이들이 공직자의 최소한의 윤리마저 버리고 오직 법의 저촉 유무 만을 따졌다. 평등과 사회주의, 정의의 이름으로 서민과 노동자의 편을 자처하며 자본주의적 탐욕과 빈부격차, 부자들을 비난하던 이들이 이제는 강남 아파트를 욕망하는 게 죄냐, 그런 자유도 없냐며 언성 높여 부자들의 논리를 변호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들의 논리의 기준점은 끊임없이 자리를 바꿨고, 궁핍한 핑계들은 자신들이 과거 보수를 비난하며 펼쳤던 주장과 배치됐다. 그 모든 자기모순적 행동의 궤적은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보수의 궤적에 수렴해갔다.


많은 지식인들, 진보 진영에 있는 많은 이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 정권의 도를 넘은 위선과 부패를 우려하면서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문재인과 조국을 믿는 광신도들의 '완장질' 때문이었다. 그들은 현 정부를 비난하는 이들을 '정의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찾아다니며 수 천 수 만개의 문자 폭탄을 날리고 인터넷에 해당인의 신분을 폭로하며 커리어를 파괴시키고 사회적으로 매장시켰다. 온 마을을 배회하며 사람들을 잡아들이던 홍위병처럼 문재인과 조국을 지지하는 이들은 온라인을 배회하며 지식인들과 진보 인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면서 이 나라를 파쇼의 국가로 몰고 갔다. 청와대와 김어준, 유시민 등 진보 스피커는 그런 홍위병들을 독려하며 현 정권을 비난하는 이들을 제압하는 '정권 보위'에 적극 이용했다.


하지만 커리어 단절과 사회생활 매장의 위험을 감수하며 용감히 분기탱천 일어나는 진보 진영 내 지식인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배신자'라 부르는 온갖 비난과 동료들로부터 받는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용감히 단단히 두 발을 딛고 일어선 이유는 그들이 박근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일베여서가 아니라, 토착왜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힘들게 일궈온 민주적 가치와 사회 체계를 현 정권이 근본부터 파괴하고 있는 모습을 더는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과 임종석, 유시민과 김어준, 정봉주와 김용민,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당신들의 강렬한 자기모순과 위선의 이미지 덕분에 드디어 사람들이 '진보가 정의와 도덕'이라는 거짓 신화에서 깨어날 수 있게 됐다. 당신들 덕분에 당신들을 향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드디어 일베와 토착왜구라는 5공 시절의 흑백논리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타인의 눈치 보지 않고 박근혜와 보수 뿐 아니라 문재인과 진보도 비판할 수 있게 됐다. 당신들은 당신들을 향한 비판에 스스로 면죄부를 발부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파에 상관없이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 자유주의국가에서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가 당신들을 비판하는 건 박근혜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태극기 부대의 일원이어서가 아니다. 일베를 드나들어서도 아니고 친일파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이 있어서도 아니다. 내가 나고 자란 이 나라가 조금 더 좋은 사회가 되기를, 현재를 살아가는 동시대의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우리의 아들 딸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맘껏 꿈을 펼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위선과 모순의 선을 넘은 당신들은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 당신들의 가짜 정의 행세는 그 유통기한이 지났다.
#민주당만빼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2975347?lfrom=facebook&fbclid=IwAR13-hoEY_ieXcVgvgMWf7Od8V00JD74m9qmScMdrj_Gsc2xWK_uugQmv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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