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거리에서

New York - 102

빵모자를 쓴 소녀

by Jose



정점을 지나 조금씩 지고 있는 해는 부드러웠습니다.

오늘은 역광으로 피사체를 담고 싶었습니다.

빛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곳으로 적당한 자리를 찾았습니다.

볕이 좋은 거리의 모퉁이에 자리 잡았습니다.

빛을 등지고 다가오는 행인이 꽤 괜찮게 사진으로 담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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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오고 갔지만 제 시선을 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 중 고양이처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며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분이 보였습니다.

수수하지만 초라하지 않은 옷차림에 살짝 빗겨 쓴 빵모자,

부드럽고 인자한 인상의 지긋해 보이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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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이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의 궤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

커피 한 잔이나 술 한 잔을 하며 삶과 생각을 듣고 싶은 사람.


외모가 화려하고 튀어서가 아닙니다.

그런 이들은 수수하고 조용하면서도 특유의 분위기로 주변의 공기를 바꿉니다.

그 깊고 짙은 분위기는 때로 주변의 행인들이

마치 그들을 위해 잘 준비된 배경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크고 과장된 표정과 몸짓보다 그저 차분하게 한 지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포즈를 완성시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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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눈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바로 코앞으로 코너를 돌아 다른 길을 걸어갔습니다.

예의 그 인상은 부드러웠고 주변을 호기심어리게 관찰하는 눈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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