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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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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Jan 08. 2023

New York - 102

빵모자를 쓴 소녀



정점을 지나 조금씩 지고 있는 해는 부드러웠습니다. 

오늘은 역광으로 피사체를 담고 싶었습니다. 

빛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곳으로 적당한 자리를 찾았습니다. 

볕이 좋은 거리의 모퉁이에 자리 잡았습니다. 

빛을 등지고 다가오는 행인이 꽤 괜찮게 사진으로 담길 것 같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오고 갔지만 제 시선을 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 중 고양이처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며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분이 보였습니다. 

수수하지만 초라하지 않은 옷차림에 살짝 빗겨 쓴 빵모자, 

부드럽고 인자한 인상의 지긋해 보이시는 분.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이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의 궤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

커피 한 잔이나 술 한 잔을 하며 삶과 생각을 듣고 싶은 사람.


외모가 화려하고 튀어서가 아닙니다. 

그런 이들은 수수하고 조용하면서도 특유의 분위기로 주변의 공기를 바꿉니다. 

그 깊고 짙은 분위기는 때로 주변의 행인들이 

마치 그들을 위해 잘 준비된 배경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크고 과장된 표정과 몸짓보다 그저 차분하게 한 지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포즈를 완성시키는 사람들.

이 분은 눈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바로 코앞으로 코너를 돌아 다른 길을 걸어갔습니다. 

예의 그 인상은 부드러웠고 주변을 호기심어리게 관찰하는 눈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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