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생활에 신물이 난 아내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인도에 대해 막연히 지저분하겠구나 또는 열악하겠구나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겠지만 인도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5년밖에 살지는 못했지만 지극히 제 관점에서 보면.
1. 부족한 식자재
2. 열악한 의료시설과 의심되는 의사의 진단 역량
3. 1년 중 9개월 이상 뒤덮는 미세먼지
4, 어디서 걸린 지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풍토병(뎅기열, 장티푸스,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 등)
아내가 한국으로 들어가길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둘째를 임신해서에요. 도저히 둘째를 여기서 낳아 기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많은 주변인들이 인도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고, 아무 문제없다고 하지만 아내는 본인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이 있으니까요.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예요. 우한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돌아다니던 때가, 그러다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름이 바뀌었죠. 인도인들이 저희를 쳐다보면서 코로나 코리아~라며 빈정대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여하튼 그렇게 결정하고 가족이 인도를 떠난 뒤 2개월 뒤 인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차 퍼지기 시작했어요.
인도인들은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과 성향이 비슷합니다. 소문에 민감하고, 수다를 좋아하며, 술자리는 아니지만 그들만의 저녁식사 문화가 있죠. 게다가 가족을 끔찍이 여기며 각 종 대소사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30년 전과 매우 유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보행자 우선이 아닌 차량 우선 문화였으니까요.
그렇게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일하고 있는 건설현장 역시 타격을 입었죠. 작업자를 안전하게 확보해서 공사를 하기 위해 현장 내에 캠프를 만들어서 운영까지 했으니까요. 그리고 2020년은 한국 들어가는 모든 비행기가 끊겨 귀국하기도 매우 어려웠어요. 정부가 버렸다~ 군용 비행기가 올 거다~ 별의별 루머가 다 퍼졌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제한적인 항공노선만 운행하고 있고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국적기는 모두 철수한 상태입니다.
그렇게 팬데믹이 정리되는 거 같더니 갑자기 델타 변이라는 놈이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고 뎅기열과는 다른 차원으로 많이 아팠어요. 현지 병원이 감염위험이 더 크고 병상도 부족해 호텔에서 쉬면서 자가치료를 했고, 음성 판정받은 후 약 3개월 동안 부족한 체력으로 잘 돌아다니지도 못했던 거 같아요.
다른 일반 회사들은 문을 걸어 닫고 재택근무로 전환하였지만 건설현장 특성상 그러기엔 힘들죠. 울며 겨자 먹기로 작업자를 계속 검사해 가면서 현장을 운영했어요. 그러면서 나름 방역체계 운용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어요.
1주일에 2회 이상 코로나 검사를 시행했고, 밀접 접촉자 역시 격리 조치하는 등 인도에서 당시에는 불가능한 것을 질병관리청의 기준을 토대로 현지에서 운영을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코로나 검사 횟수가 누적 150회 정도 되는 거 같아요. 한국에서 지인들이 3번 했다느니 5번 했다느니 코가 아프고 기분이 이상하다 우울하다 등등 얘기를 들을 때마다 겉으로 위로는 하지만 과연 저만큼 우울할까 생각을 합니다.
그때부터 한국을 오가며, 코로나 확진으로 그리고 밀접 접촉 등으로 격리한 기간도 누적 120일은 될 거 같아요. 아 단순 락다운으로 인한 재택근무는 제했습니다.
그렇게 델타 변이에서 어느덧 오미크론의 시대가 왔네요.
오미크론에도 감염되었습니다. 다만 오미크론의 경우는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고 백신 2차 접종 후여서 인지 그 위험도가 생각보다 덜 한 느낌이에요. 기침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약간의 열과 두통 그리고 근육통이 동반되긴 하지만, 델타 변이나 뎅기열에 비해서는 후훗 하고 비웃을 수준이죠. 그래도 증세가 악화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악화되어 사망까지 이루는 사례는 아직도 다 수 발견되고 있다 하니까요.
지금 현재 저희 건설현장의 표본조사를 보면 하루에 평균 1,000건 검사를 하는데 1% 미만으로 줄어들었어요. 인도 전체 확진자 수도 14만 명 수준으로 내려왔고, 7일 평균 수치도 17만 명대로 떨어졌습니다. 55만 명 최대치를 찍은 지 약 3주 만인가요. 한국도 지금 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한국 뉴스를 보니 대전의 경우 검사수 대비 확진자 비율이 17%나 되더군요. 제가 경험한 확진자수는 약 13%가 최대였던 걸 기억해보면 아마 질병관리청 말대로 4만 초 반대에서 Peak out후 호전될 것 같습니다.
2월17일 기준 34천명. 전월 피크시 55만.
다음 주에 저는 한국으로 휴가 들어갑니다. 약 4개월 전에 격리 면제서를 받고 좋아하며 격리 없이 휴가를 한 번 보낸 후 다시 격리가 생겼지만 14일에서 7일로 줄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죠. 그때는 미뤄 놓았던 글 도 좀 올려보고, 책도 읽으면서 알찬 시간을 보내보려 해요.
이 글을 보시는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위안을 그리고 저보다 더 악한 상황에 계신 분들에겐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