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바람의 기슭에서

by 글그림

저물녘, 은빛 먼지가 스미는 들판

바람은 무심히 실핏줄을 남긴다

붉게 잠긴 해는 굽은 등허리로 하루를 접는다


숨결 깊숙이 서늘한 공기

흩어지는 빛의 잔해들

뉘엿뉘엿 매달린 구름의 옷자락이

무심한 생각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기억의 가장자리에서 부스러지는 이름

조각들이 바람에 실려 먼 데로 떠난다


나는 이곳에 있다

떨어지고 잊히는 것들과 함께

걷어가는 건 단지 흙먼지만이 아니란 걸

바람은 알까…


오래된 약속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무게를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