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아래서 바람을 기다리며

by 글그림

느티나무 아래서

바람을 기다린다

나뭇잎이 바람 흉내를 낸다


떨어지는 햇살 조각들

시간이 부서지는 것 같아

그 조각 위에 앉아

천천히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저 먼 별들 사이를 헤매다

언젠가 느티나무 아래로 돌아올 때까지

바람에 실려온 나를

네가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


네가 곁을 지나간다

스치듯 떨어진 잎사귀

발끝을 툭 건드린다


그 순간, 알았다

기다린 건 바람이 아니라

네가 품고 있던, 더 작은 너

말 없는 바람 한 조각


느티나무 아래

네가 떨군 잎이 바람이 된다


202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