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꽃임을

by 글그림



꽃이 피지 않았다고

말하는 너에게


피지 못한 날들 속엔

은밀히 담긴 향기가 있다

봉오리 진 꽃들은

오래 기다리는 법을 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부드럽기 때문이다

눈을 감은 채

시간을 더듬어

피는 법을 연습하는 꽃도 있다


색이 짙다고 다 향기롭진 않고

연하다고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같은 계절 아래서도

피어나는 법은 다 다르다


어떤 꽃은

잎보다 먼저 마음이 붉어지고

어떤 꽃은

지면서 더 향기로워진다


이름 불린 적 없는 들꽃도

발끝에 머무는 감정을 안다

눈길을 받지 못해도

제 몸의 온기로 피어나는 꽃이 있다


봄비가 내려도

눈물로 젖지 않듯

피지 않아도

이미 피어나고 있었던 꽃들이 있다


어쩌면

따뜻한 오후 햇살 한 줌에

문득 피어날지 모를

꽃을 누구나 품고 산다


저마다 이미 꽃이니

너도 나도

피어나야

비로소 꽃밭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