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라는 말이 사과처럼 붉어질 때

by 글그림



안쪽엔

불이 꺼진 방 하나

젖은 성냥처럼 들어가

천천히 타오르고 있다


손끝이 닿을 듯한 벽지 위엔

슬픔이 벽지풀처럼 붙어

마르지 않은

마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움이란

혀끝에 놓이기 전부터

자라던 향기

입에 문 박하사탕처럼

입안을 가득 메웠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불 켜진 신호등 앞에

멈춰 선 풍선 하나일지도 모른다

묶여 있던 줄 끝에

맴도는 망설임

조용히 부는 실바람이 되어

당신의 창문을 백 년쯤 떠돌고 싶다


’왜 나여야 하냐 ‘ 묻는다면

잘 익은 사과 하나를 놓겠다

사과 빛깔 노을색에 물든

그대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사랑이라 부르지 못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