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자는 사람이 없어도
늘 앉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낮 동안은 햇빛이 그 자리에 머물고
밤에는 먼지가 작은 별이 떠다닙니다
한 번은 술 취한 노인이 의자에 주저앉아
자신이 바다를 떠나온 지
사십 년이 되었다고 했고
다음날에 의자에서는
바닷내음이 났습니다
어떤 날은 아이가 의자 위에서 잠들었는데,
작은 몸의 체온이 물러간 자리에는
아이의 숨소리가 지워지지 않는 여운처럼
남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사라진 새벽에도
의자는 계속 자리를 지킵니다
앉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앉아야 할 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게 결국
의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자의 다리는 점점 휘어지고
앉는 자리는 깊이 패여 가고
그 모양 그대로
사람을 품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의자는 망가져 가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앉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하루가 버텨지니까요
-혜산 박두진 문학제 전국백일장 최우수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