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은 약간 기운다

by 글그림




빨래를 털면 구름이 흩어진다

방금 전까지 머리맡에서

참새가 재채기를 했던 것처럼


그걸 들었다고 믿는 입장이다

천장에서 흘러내린 먼지 하나에도

중력을 읽는 사람처럼


어린 나를 업고 계단을 내려왔던 할머니

경사진 세상에서

단 하나 수평이던 것이

할머니의 등이었다는 걸

딸을 업고 나서야 알았다


구부러진 선반 위에

책들이 기울어지기 시작했을 때

입술을 내민 망치질로 수평을 배웠다


기억은 종종 자세에 담긴다

오래된 수건처럼

등짝에서 말라붙는 냄새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고 선 사람만이

자신을 지탱하는 법을 안다


어제는 침대 아래 구겨진 셔츠를 꺼냈고

오늘은 서랍 안 손전등이 아직 작동한다는 걸 알았다

문득 모든 것들은

한 방향으로만 접혀 있다는 사실에 웃는다


나는 허리를 조금 굽혀야

거울 속 내 얼굴과 눈을 맞출 수 있다

몸이 아니라 어깨가 무거워지는 중이다


비가 오면 빗방울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반대 방향으로 우산을 편다

등이 젖는 순서로 오한이 든다

가장 늦게까지 뽀송한 부분이

가장 오래 따뜻한 법이다


-김달진 문학제 월하백일장 금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