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저녁,
보리를 심은 뒤 돌아온 손이
찹쌀처럼 부풀어 있었습니다
흙을 털지 않은 무릎을
아궁이 앞에 세워 두고
가만히 물을 끓였습니다
새들은 한참 전부터
밭에서 쪼아온 씨앗들을
지붕 위에 토해 놓았고요
저녁 볕은
창턱을 반쯤 비우며
손등의 구불진 핏줄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먼저 울지 않아도
이야기는 피었고
그날의 슬픔은
이불속 먼지처럼 숨어 있었습니다
내가 등을 돌린 날도
그대는
한 뼘만 한 볕으로 곁에 있었을까요
걷어올린 바지에
생각을 구겨 넣고
세숫대야
끓인 물을 부었습니다
그대의 손이
닿은 것 같은
따뜻한 물결이
뺨 아래 조용히 흔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