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엔
거미줄 낀 전등이 날벌레에 몸살이다
문을 열면 몇 발자국 안으로 고요가 들어서고
책상 위에 엎드린 그림자들이
졸린 눈을 하며 하품이 전염병처럼 돈다
벽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
바다가 번진 자리에는 눈물이 말라붙었고
계단엔 말없이 쌓이는 신발들
한 사람이 지나간 뒤에서야
조금씩 기울어지는 풍경
창문 틈으론 달이 14.7일씩 좀먹어가며
검은 잉크를 흘려놓고 간다
이따금 시집 한 권이 저절로 넘어가는 밤
그 속에서 당신은 마음을 바느질했다
바늘구멍만 한 희망을 꿰어
허공에 천천히 펄럭이는 깃발처럼
아, 그곳을 기억하는가
숨결 하나 켜두면 온 방이 따뜻해지는
당신의 웃음이 벽을 지탱하고 있던
작고 깊은, 저녁의 안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