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형광펜으로 밑줄친
여름 방학 계획표 같았습니다
칠해둔 칸마다
뜨거운 태양이 쏟아졌지만
어디로 간 건지
기억나지 않는 여름이었죠
주황색을 입은 살구는
첫사랑의 옛뙨 볼 같았고
운동장의 노란 모래는
바람에 흩어졌습니다
교복 셔츠에 남은 잉크 자국처럼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있었고
자정이 지나도록 꺼지지 않는 자습실엔
사랑이라고 믿었던
단어가 있었겠지요
청춘은
녹슬지 않는 황금이 아니라
천천히 산화되는 감정이었고
종이배처럼
멀리 흘러가다 결국엔 물드는 것이었죠
우리에겐 이유 없이
웃던 날들이 있었고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젊은 날의 아픔을
세게 붙잡았습니다
그래서 손등엔
늘 푸른 멍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 푸른 청춘은
멍대신 라디오를 풀밭에 남겼습니다
주파수가 잘 맞지 않지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익숙한 노래였으니까요
푸른밤의 어스름 아래서
우리의 목소리는
햇볕처럼 부서졌고
우리의 청춘은
해변에 발자국처럼
파도에 쓸려가
푸르게 사라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