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껍질의 연애학

by 글그림



겨울에는

귤을 너무 많이 먹습니다


어릴 때는

방바닥이 항상 노란색이었는데

껍질이 쌓여서 그랬던 것일까요


여튼간

노란색은 밝아서 좋습니다


귤껍질을 뒤집어쓰면

나도 잠시 비타민이 되는 기분입니다


씁쓸한 하얀 심지를 뗄 때마다

어제의 내가

조금씩 사라지는 소리가 납니다


귤은 “귤”이라서 귀엽습니다

“귤”과 “결”은

거의 쌍둥이 단어라서


귤껍질을 까면

귤락의 하얀 결이 나오고

귤락 속에는 또

알맹이들이 결을 따라 숨어 있습니다


결국 나는 결말을 기다리다가

다시 귤을 까면

방안에 노랑이 흘러들고


작은 조각들을 모아

입안에 넣을 때마다


나는 기부니가 조씁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귤 먹느라 바쁘다고 말합니다


귤껍질로 탑을 쌓으며

쓸데없는 비밀을 고백하는 것이

연애 같기도 하지만


껍질이 무너져 내리면

나는 혼자이면서도

귤에게 까이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어쩌면 귤처럼

껍질을 까야만 알 수 있는데


그마저도 금세 사라져 버려서

껍질을 모으는

‘생활의 달인’이 되어 버립니다


아니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