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검게 젖을 때까지
네가 서 있던 날
도시가 빗물에 번져 흘러가자
너는 우산을 꼭 쥔채 손끝으로
풍경을 붙잡으려 했다
텃새들은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네 손짓에서 들은 순간
그날은 나의 운명이 되었다
새들의 울음은 빗소리를 닮았다가
지붕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를 닮았다가
쓸쓸함으로 식은 거리를 물들였다
손이 시린 네가 낡은 수첩을 쥐고 있었다
빗물 같은 글씨가 웅덩이 위로 떨어졌고
새가 날아오르듯 흔적들은 쉽게 사라질 줄 알았다
네 말들 속에 빗방울을 실처럼 꿰어 놓았고
우리는 아마 그 무렵 끝에 닿아 있었을 것이다
비를 맞고 떠난 사람을 기다리듯
여전히 거리에 남아 빗방울을 기다려야 했다
겹치던 빗줄기를 눈에 단단히 넣어두고
움츠러든 어깨든, 접은 우산이든
결국은 멀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애써 동그래지려는 빗방울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