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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믈리에 릴리 Apr 12. 2024

너의 품안에 위로 받는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ㅡ이문재의 <농담> 중


아름답다는 건 그런 것이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사진에 담고 싶고, 기억하고, 나누고 싶은 것.

요즘 카카오톡을 열면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이 모두 벚꽃이다.

누가 보면 한국에는 벚꽃만 있는 줄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잠깐 피고 져버릴 벚꽃들을 사진으로 남겨두나 보다.

흐드러진 벚꽃을 보며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가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게 전송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우리 가족 역시 지난 주말 가까운 공원으로 벚꽃 구경을 갔다.

길의 양옆으로 줄지어진 벚꽃이 터널을 이루어 여의도 못지않은 장관을 보여준다.

이곳을 알게 된 후 매년 봄이 되면 찾아오곤 한다.

길거리에 벚꽃잎이 나부끼는 걸 보며 더 늦기 전에 이번 주에는 꼭 가자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었다.

꽃놀이도 못 갈 정도로 바쁘고 메마른 삶을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이었다.




베트남에 코이카 단원으로 파견되었을 때 내가 지낸 곳은 수도 하노이였다.

수도라서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만, 자연이라고는 작은 호수들이 전부였다.

6개월쯤 지났을까 나는 뭔지 모르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콕 짚어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어느 주말 아침 아는 분이 차를 빌려줄 수 있는데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없냐고 물었다.

함께 지내던 언니와 나는 가까운 곳에 산이 없느냐고 물었다.

우리를 태워다 주시던 베트남 기사분은 도대체 거길 왜 가는지 몇 번을 다시 물어보았다.

우리는 그냥 가고 싶다고 했고 마지막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한국에서도 굳이 산을 찾아다니지 않던 나도 왜 산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걸려 근교의 산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산을 오르며 오랜만에 숨이 차다는 느낌을 즐겼다.

중턱쯤 갔을 때 돌로 된 불상 앞에 제사를 드린 흔적이 있었다. 


당시 귀한 과자(?)로 통하던 우리의 정, 빨간 초코파이도 제단에 놓여 있었다.

산 위에 오른 언니와 나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니 하노이에서 지내는 동안 산과 바다를 보지 못했다.

늘 보던 자연을 보지 못한다는 게 병이 날 정도로 답답한 일이란 걸 몰랐다.


당시 1년에 한 번 전국의 단원들이 모여 현지평가회의를 했다. 

남북이 긴 지형 탓에 중부지방의 뀌년이라는 곳에서 모이게 되었다.

그곳은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뀌년_조은영 사직작가 사진


현지 회의를 위해 가는 버스 안에서 바닷가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절로 탄성이 나왔다. 

아!! 이 풍경이 이렇게도 그리웠구나.

1년 한번 평가 회의하는 건 단원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휴식하라는 의미일 거란 생각이 들정도였다.


우리는 일상에 지칠 때 산으로 바다로 아니면 가까운 공원이라도 찾아가게 된다.

각박한 공간속에서 뾰족해진 마음을 둥글게 만들기 위해 자연을 보러 다니는 건 아닐까?


자연은 그냥 거기 있을 뿐인데

우리는 자연이 우리를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에게 바다에게 꽃에게 위안받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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