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운엽 Jun 24. 2024

아라비아의 로렌스

바람과 라이온



'HAPPY LATIN' 호는 지중해 남쪽 리비아의 마사 엘 브레가항에 안착했다.

부두에 접안한 후 한가할 때 상륙하여 땅을 아니 사막을 밟았다.

후덥지근한 사막의 열기와 원유 시설에서 나오는 매캐한 기름 냄새 그리고 모래 먼지가 숨을 거북하게 했다.

부두에서 조금 걸어 나오니 확 트인 사막이 보인다.

그런데 물도 많이 먹는다고 하영화 '바람과 라이언'에서 보면 무지 빨리 달리는 낙타는 어디 갔지?


'바람과 라이언'은 리비아 왼쪽에 있는 나라 모로코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족 이야기이다.

미국 제국주의의 침략에 분노해 군사를 이끌고 미국인 저택을 습격하여 무참히 죽이고 젊은 미국인 여자 캔디스 버겐과 아들을 납치한다.
족장 숀 코너리는 자기 부족의 관습에 따라 그녀를 길들이려 한다.
한편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해군 특수부대를 급파하여 그녀를 구출하러 간다.
그러나 숀 코너리와 캔디스 버겐의 사랑은 영화처럼 깊어만 다.

사자는 아라비아와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어떤 의미일까?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만인을 위한, 그러나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에서 인간의 정신은 낙타에서 사자로, 그리고 어린이의 3단계로 변화하여 높은 정신세계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낙타는 노예처럼 권위에 복종을, 사자는 권위에 도전하여 한 단계 올라가고, 어린이는 순진무구하고 망각과 창조적인 정신으로 초인에 다가간다고 했다.


사자는 용맹의 상징으로 동물의 왕이라고 불린다.

주로 아프리카와 인도에 서식하는 고양잇과의 육식 포유류이다.

북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서남아시아에도 살았으나 애석하게도 하나둘씩 사라지며 멸종하고 있단다.

사자의 상징인 갈기는 수컷 사자에게만 보이는 특징으로 강력한 포스를 보인다.

주로 더운 곳에서 사는 동물이라 갈기에서 발생하는 열로 특별한 일 아니면 그늘에서 종일 뒹군다.

대신 효율적으로 암컷이 사냥 나가면, 방어 능력이 없는 새끼를 보호하고 식사는 제일 먼저 하면서 종족 번식을 한다.

무리 지어 살면서 다른 수컷이 호시탐탐 목숨 걸고 우두머리 자리를 노린다.

지면 중상 아니면 사망이고, 이기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우두머리의 새끼들을 모조리 죽인단다.

그리고 자기 새끼를 낳아 기른다.


사자는 주로 초식동물을 사냥하는데 먹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압하여 체력을 아낀다.

아프리카들소나 기린을 사냥할 때 뿔에 받히거나 뒷발에 맞아,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

코끼리, 코뿔소와 하마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세서 성체는 사냥할 엄두도 못 내지만, 늙거나 어린 새끼는 무리가 협력하여 잡아먹을 수 있다.

사자 무리의 사냥 성공률은 채 반이 안 돼 배고프면 다른 짐승이 잡은 먹이를 뺏어 먹기도 한단다.

그래서 하이에나와는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다.

하이에나의 사망 원인의 반 이상이 사자에게 물려 죽은 것이다.

그래도 하이에나들은 단체로 사자 먹이를 뺏어 먹기도 하고 새끼가 무리와 떨어져 있으면 기회를 노려 바로 잡아먹는다.

그러면 사자 어미의 피의 복수가 뒤따른다.

인간이 사는 영역이 자꾸 넓어지면서 사자의 영역과 가까워져 배고픈 사자에게 물려 죽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람이 사자를 잡거나 죽이는 경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많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새끼 사자 때부터 사람이 키워 다 큰 후 야생으로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찾아가니 알아보고 반가워한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사자가 강력한 포유류 중 하나지만 동물의 왕으로 자리 잡은 것에는 성경과 불교의 영향도 적지 않다.

성경에 동물의 왕 사자라든가 사자보다 힘센 것이 어디에 있느냐는 둥 수십 번 언급된다.

불교 경전에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깨달은 자의 모습을 사자, 바람, 연꽃과 코뿔소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공지영 작가가 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소설이 있다.

세 여성 동창이 졸업 후 각자의 가는 길을 재미있게 써서 여운이 남는 글인데 당대 막강한 여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로도 나왔다.

혼자 세계 여행을 하면서 베스트셀러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낸 한비야 씨의 글에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코뿔소든 사람이든 자기 삶은 혼자서 가는 거 아닌가?


사자가 토끼 한 마리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는 말이 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최선을 다 하자는 말인데 실제 상황에서는 별것이 아닌 게 아니다.

토끼는 안 잡아먹히려고 요리조리 죽기 살기로 도망가는데 마음대로 잡히냐 말이지.

사자도 전력을 다해 토끼를 쫓아야지 못 잡으면 굶는데...


옛말에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트리고 살아 올라온 놈만 키운다는 말은 엉터리다.

모성, 부성애가 강한 동물의 왕국에서 어찌 애지중지 키우는 자기 새끼를 사지로 밀어 넣는가?

왕권 탈취에 성공한 수사자가 다른 사자 새끼를 다 죽이고 자기 새끼만 낳아 키우려는 것이 와전된 것이다.

멧돼지나 개가 낳은 새끼 중 장애나 병든 놈을 죽이거나 잡아먹는 경우는 봤다.


배부른 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배부른 데 힘 뺄 필요가 없고 더우니 시원한 데서 무리 지어 쉰다.

이때는 다른 동물이 지나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피를 본 족제비는 다 먹을 수도 없는 닭을 다 죽인다든지, 고양이가 배고프지도 않은데 사냥 본능에 재미로 하는 경우가 있단다.

우리 인간이 99개를 가지고도 하나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탐한다는 사실에 대한 교훈이 될 수 있겠다.


'바람과 라이언'은 동시대에 비슷한 배경인 앤서니 퀸 주연의 '사막의 라이언'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또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쳐주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있다.
데이비드 린이 감독했고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와 앤서니 퀸이 열연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십여 년이 걸린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당시 아카데미 상을 휩쓸었고 흥행에서도 대성공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수에즈운하에서 영국과 오스만제국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무렵 영국은 아랍인들의 참전과 지원을 받기 위해 정보국 소속의 로렌스 중위를 중동에 파견한다.
로렌스는 아랍을 위해 열심히 싸워, 분열된 아랍군을 통합하고 마침내 오스만 제국의 중동 거점인 다마스쿠스를 점령한다.

아랍인들은 그를 '아라비아의 로렌스'라고 불렀다.
하지만, 사막에서 전쟁이 계속되며 로렌스의 심신은 점차 지치고, 전투 중 오스만 제국군에게 포로로 잡혀 무너지고 만다.
결국 소환 명령에 귀국하지만, 로렌스는 계속해서 자신을 아라비아로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중동 문제는 이미 열강들과 현지 기득권 간의 정치적 합의가 끝나버려 로렌스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러다가 로렌스는 오토바이를 게 몰던 중 아이들을 피하려다가 사고가 나 죽었다고 한다.

70mm 상영관이었던 대한극장이 멀티플렉스로 바꾸기 전에 마지막으로 올린 영화가 이 '아라비아의 로렌스'이다.
그런데 관객이 몰리는 통에 대한극장은 신이 나서 데이비드 감독의 '닥터 지바고'와 '라이언의 딸'을 연이어 상영하고 폐관했다.

작가의 이전글 사막의 라이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