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와 경영자 사이의 줄다리기
어제 Max Summit에 스피커로 참여하며 재미있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유범령 대표님이 애드리브로 던진 질문은 "뻔한 이야기 말고 고유의 투자 관점을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바로 받아 친 대답이란 게 "... 음 100만 불짜리 질문인데요.. (웃음)"이었다. 일단 이 질문 자체가 우리 투자사의 핵심 경쟁력이기도 하고, 설명을 하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인 것으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첫 번째로 이야기한 것이 "다섯 시간 같이 술 마시고도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투자해야 하지 않겠냐(웃음)"였다. 농담반 진단반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술 마시고 취한 상태여도 끄겁게 사업에 대한 비전과 구상을 이야기 나룰 수 있다면 동반자가 되어야 할 운명 아니겠냐는 취지였는데, 다른 분들이 너무 멋있는 이야기를 해줘서 좀 창피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정도면 투자한다 정말로) 솔직히 '운이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는 점도 고백해 둔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콘퍼런스 당일에도 이야기하였지만, 자기 사업에 대한 구상과 Detail의 차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일단 요약하자면 필자는 사업을 자신의 관점에 따라 '확장'해 나가는 능력과 환경에 따라 '발로 뛰며 대응'하는 능력은 비슷하면서도 분명 다른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전자를 선호한다.
그리고 사업의 확장을 자신의 관점에서 추진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단기적인 캠퍼스에 어떻게 그림을 그릴까'와 '그 캠퍼스를 합치면 장기적으로 어떤 작품이 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두 질문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사람인지 아닌지 (단기간에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지만 가끔씩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1. 내년 1년까지의 자금 계획이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실 계획이에요? 그리고 1년 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요?
2. 만약 제가 지금 1천억 (이는 경영자가 이루고 싶은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임의의 금액)을 투자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요?
1번이야 자주 접하는 질문일 테지만 2번 질문은 좀 코미디 같은 요소가 있긴 하고 실제로 2번 질문을 받으면 당황해하는 창업자들이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답변들의 Case 들을 정리해 보면 차이점을 볼 수 있다.
1번 질문의 경우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
A: 1년 후 target 목표가 MAU 120만 수준에 Biz 모델에 대한 검증이기 때문에 인재 채용과 마케팅에 일부 할당할 계획입니다.
B: 1년 후 target 목표가 MAU 120만 수준에 Biz 모델에 대한 검증이기 때문에 우선 인력을 보강할 계획입니다. 마케터 1명, 엔지니어 2명으로 갈 예정입니다. 나머지는 마케팅 cost로 잡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월 총 burning이 XXX만큼 되기 때문에 약 10개월 정도의 리소스입니다.
C: 1년 후 target 목표가 MAU 120만 수준에 Biz 모델에 대한 검증이고, 이쯤 되면 user들의 행동 패턴이 상당히 바뀌고 있는 환경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개발진입니다. 무조건 유저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X회사에 다니는 Y라는 인간을 CTO로 끌고 오는 것입니다. 이 때 필요한 연봉이 있고 이 사람이 움직이면 적어도 H, D라는 사람이 함께 올 것입니다. 이들이 적어도 다음 투자 때까지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리소스를 생각하면 30% 이상을 인건비로 책정해 둬야 합니다. 나머지는 저희 인력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마케팅 cost의 경우 저희 사업은 현재 organic 하게 유입되는 유저가 X%며 나머지가 Y%이기 때문에 유저 획득 비용 ZZZ 원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경우 약 20% 정도 resource로 할당할 계획입니다.
2번 질문의 경우 (마찬가지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
A: 네? 천억이요??
B: 중국에 진출하겠습니다. (실제 사례임)
C: 일단 그 정도의 자원이 있다면 저는 Y사, Z사나 혹은 D(각 회사는 실제 존재하는 구체적으로 지목된 회사임)사에 대한 인수를 심각하게 고려할 듯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업을 확장하여 장기적으로 가기 위한 단계에서 필요한 자원을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C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투자를 동시에 집행할 것입니다. 적어도 C 시장은 ooo와 같은 환경이기 때문에 소비자 needs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T 회사에 있는 G가 함께 오면 참 좋은데...
추상적이지만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간략하게 정리하여 보았다. 각 질문에 대한 A, B, C의 차이를 심플하게 요약하자면,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당장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해결과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솔루션을 다양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과 "미래에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를 명확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하루가 승부처인 startup 세계에서 위와 같은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창업자이자 경영자라면 명확한 목적지와 목적지로 가기 위한 명확한 해결 방안을 매초 고민하며 실행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이러한 능력은 제품에 대한 고민, 소비자에 대한 고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흔들리지 않는 '현실적인 비전'과 폭 넓은 고민과 분석, 미래에 대한 상상,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오는 '적절한 예측과 의사결정'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일수록 순간에 던지는 질문에 매우 detail 한 (그리고 합리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도가 구체적일수록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는 것처럼, 경영자도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을수록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질문도 함께 던져본다.
"그럼 1천억을 투자해도 살 수 없는 귀사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전에 한 번쯤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