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망가진 게 세입자 잘못이라고요?
3년 전, 2천만 원을 들여 세입자용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발품 팔아 고른 타일, 아메리칸 스탠다드 세면대, 무광 수전까지... 나아가 세입자용이라면 좀처럼 하지 않는 천장작업과 중문도 달았다. 이 정도면 추후 우리 부부가 실거주할 때에도 손 안 댈 정도로 쓸만하겠지?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인테리어도, 부동산도 초보였던 나였으니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우리가 그 집으로 입주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게... 내가 인테리어 했던 그 집 맞아?”
문틀 곳곳에 노랗게 눌어붙은 본드 자국, 하얀 벽지 위 손때, 새하얀 새시에 써져 있는 연필 흔적, 무엇보다 중문을 뚫고 나온 스위치까지.
누가 봐도 '마감'이라는 개념 없이 대충 끝낸 공사의 흔적들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더 충격이었다. 첫 세입자도, 두 번째 세입자도 입주청소를 하지 않고 그냥 들어왔다는 것. 세입자들은 인테리어 공사 후 쌓여있었을 분진과, 잔여물, 본드 자국 속에서 생활을 했던 것이다. 우리 부부 역시 전 세입자와 바통 터치하며 들어오느라 청소도 못 한 채 들어왔다.
근본적으로 청소가 아니라 공사 자체가 부실했다. 세입자가 2년 차에 샤워기와 수전이 떨어졌다고 연락 왔을 때, 인테리어 업체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말이, “세입자가 험하게 써서 그런 거예요.”였다.
그때부터 이상하단 생각은 했지만, 지금 보니 이건 명백히 엉망으로 진행된 인테리어였다.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잘못했구나...'
인테리어 업체를 고를 때, 포트폴리오 사진만 보고 계약한 실수.
공사 중간마다 꼼꼼히 체크하지 않은 안일함.
그리고, 세입자도 나처럼 집을 아끼며 살아줄 거라 순진하게 기대한 착각.
세입자가 나간 집에 들어와서 살아보니 명의만 우리 집이지, 마치 세입자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했던 세입자용 인테리어는 겉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은 '보여주기용'이었던 것이다. 왜 사람들이 이사 전에 도배·장판은 기본으로 하고 들어오는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적어도 내가 살 집이라면, 보여주기용이 아니라 내 삶의 공간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꾸며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집이란, 내가 그 공간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임을.
앞으로는 '예쁘기만 한 집'이 아니라, '내가 편안한 집'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