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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니맨 Feb 01. 2024

축구에 미친 나라 혹은 집당 광기?

아시안컵 축구 대표팀을 대하는 우리의 현재

축구에 미친 나라?

몇 년 동안 잊고 지내던 브런치에 로그인하게 되었다.

최근 아시안컵을 보며 한 동안 잊고 있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체한 것 같은 머리를 소화시키기 위함이다.


특정 선수들과 감독의 SNS까지 찾아가 선 넘는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부터 축구 전문가라 일컫는 많은 축구 채널들과 기자들까지 합세해 일방적으로 비난에 미쳐있는 모습은 마치 집단 광기를 보여주는 듯 충격적인 모습이다.

자고로 펜과  입은 때로는 총과 칼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수차례 경험했다. 

불과 얼마 전 최근에도 우리는 국가대표 배우를 잃었다. 그럼에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스포츠의 본질

축구(스포츠)는 승부를 100%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때로는 적은 가능성에도 희망을 품고 언더독을 지지합니다. 이번 아시안컵만 봐도 첫 출전해 8강까지 진출한 피파랭킹 98위의 키르기스스탄이 그럴 것이고 전쟁 중에도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죽을힘을 다 해 뛰며 16강에 진출한 피파랭킹 99위의 팔레스타인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이끌며 역사상 최초로 16강에 진출한 피파랭킹 146위의 인도네시아 마지막으로 김판곤 감독이 이끌며 예선탈락이 확정되고도 한국을 다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음힘을 다해 뛰며 결국 무승부를 이뤄내며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던 피파랭킹 130위의 말레이시아가 그렇습니다. 


아시안컵과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축구 축제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팀 세네갈과 준우승팀이었던 이집트가 나란히 16강에서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듯이 때로는 랭킹이 무의미해지고 선수들의 소속팀이나 몸값이 절대적일 수 없는 것이 축구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로남불

내로남불을 그렇게 싫어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가 월드컵에서 당시 피파랭킹 1위였던 독일을 이기고 당시 피파랭킹 9위였던 포르투갈을 이긴 건 로맨스로 보면서 우리보다 낮은 랭킹의 팀들과 비기는 것은 불륜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아직 한 번도 지지 않았지만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같은 유럽 빅리거들이 이번 시즌 최고의 팀으로 입단하거나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맹활약한 것들이 우리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마치 아시아 레벨에서는 모든 경기들을 쉽게 이기고 우승까지 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앞서 애기한 이유들로 이번 대회에 우리의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지만 그것이 맹목적인 결과를 바라는 모습으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경기 과정을 보면 굉장히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현재 평균 점유율, 평균 패스, 유효 슈팅, 코너킥, 빅찬스 등의 스탯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팀 득점도 2위입니다실점이 많은 것은 문제이자 남은 경기에서 보완해야 할 숙제이기도 한데 한국 축구의 약점인 수비형 미드필더와 풀백의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이기도 합니다. 토트넘 경기를 많이 본 한국 축구팬들이라면 알겠지만 무리뉴와 콘테 시절의 풀백과 현재 안지 감독의 풀백들의 활약만 놓고 봐도 풀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호이비에르와 비수마&사르 그리고 로얄과 포로의 다른 활용법을 보면 감독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이어의 경우를 보면 선수 기용에 대한 선구안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마도 당사자들이 느끼는 모든 로맨스의 과정이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고 어쩌면 모든 불륜의 원인이 추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내부 상황을 100% 알고 있지 않은 이상 중립기어를 박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과 비난의 거리감

스포츠, 영화, 음악 같은 문화는 그것을 행하는 플레이어들과 팬들이 함께 그 시장을 만들어 나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들을 평론 혹은 해설하는 평론가(기자, 관련 크리에이터 포함)들이 존재하죠. 이 삼각형의 구조에서 언제나 불리한 건 단연 플레이어들입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은 극히 드믈 것이고 그 과정에서 흘린 땀과 노력은 보통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얘기하는 건 상대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죠. 


팬들은 마음에 안 드는 영화와 음악은 안 보고 안 들으면 그만이지만 평론가들과 기자들은 직업상 어떻게든 평가해야 합니다. 때로는 훌륭한 평론가 혹은 비평가들이 내린 해설을 통하여 많은 팬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지만 좋지 않은 경우에는 선동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죠.


그만큼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감독의 재택근무 이슈부터 시작해서 경질과 능력에 대한 의문만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특정 선수들이 비난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팀에 악영향을 주는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본인들의 조회수를 위해서가 아닐까 혹은 본인의 뜻대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진심으로 걱정된다면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비난과 비아냥이 아닌 냉철하고 객관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더 전문가스럽게 보일 것 같습니다. 




클린스만의 죄명은?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죄인은 클린스만 감독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감독의 숙명일 수도 있죠. 과연 클린스만 감독은 얼마나 큰 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우선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출신의 스타플레이어 공격수 출신으로 1994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날아다니며 골을 넣던 그 순간이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강열한 첫인상이었습니다. 선수로서는 레전드로 대우받는 훌륭한 선수였고 감독이 되어서는 2006년 자국의 월드컵에서 독일을 3위까지 이끌었고 2008년 독일 최고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을 맡아 리그와 컵대회 더블 우승을 이루어낸 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는 스타 선수들을 잘 매니징하고 팀을 리빌딩하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이 받았지만 전술적인 부분에서 항상 많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온 걸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었던 사실일 겁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장단점이 있고 그것을 파악하여 결정을 하는 것은 최종 결정권자입니다. 하지만 감독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지 많은 클럽팀 단장들도 감독을 욕받이로 세워놓고 항상 비난을 피해 가려는 전략을 씁니다. 이제는 유럽의 축구팬들은 영리해져서 문제가 있을 시 구단주에게 화살을 직접 겨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맨유가 대표적인 경우였죠.  


결과적으로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은 대한 축구협회입니다. 결국 현재 축구 대표팀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클린스만의 합리적인 죄명은 뭘까요? 

전술부재의 단점을 알고도 다른 장점에 기대를 걸고 계약한 대한축구협회에 '선임된 죄'가 아닐까 싶습니다.




클린스만이 선임된 이유

그렇다면 클린스만을 한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정한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의 장단점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을까요? 축구협회는 토마스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을 내세워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위한 리스트를 만들고 후보들을 두고 고심했습니다. 그가 발표한 선임 기준은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이었는데 후보 중에는 축구 팬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전략가 비엘사 감독도 포함되어 있었고 덕분에 많은 한국의 축구팬들을 클린스만의 감독 선임에 더 큰 실망감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비엘사 감독에 대한 아쉬움이 클린스만 흠집 내기의 단초가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엘사 감독이 배제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추해 보겠습니다. 벤투 감독 선임 이전인 2018년 지금은 말레이시아 감독을 맡고 있는 당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발표한 감독 선임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보니 '지나치게 나이가 많지 않은 감독'이라는 내용과 '능숙한 영어 소통 가능자'라고 적힌 부분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비엘사 감독은 1955년생으로 68세로 나이가 매우 많고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유럽에서 감독생활을 한 만큼 어느 정도의 영어 능력은 있지만 잉글랜드 리즈 유나이티드의 감독 시절 본인의 영어 소통 미숙에 대한 미안함을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직접 밝히기도 한만큼 능숙한 소통이 가능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클린스만이 선임된 배경을 개인적으로 유추해 보자면 2026년 월드컵이 북중미 월드컵(미국, 캐나다, 멕시코)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2011년 ~ 2016년까지 미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현재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부분도 장점으로 봤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참고로 북중미 월드컵 개최 도시 16개 도시 중 캐나다는 2개 도시(토론토, 밴쿠버), 멕시코는 3개 도시(과달라하라, 멕시코시티, 몬테레이)이며 나머지 11개 도시는(애틀랜타, 보스턴, 달라스, 휴스턴, 캔자스시티,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뉴욕&뉴저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모두 미국의 도시들입니다. 사실상 1994년에 이어 제2의 미국 월드컵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죠.


클린스만은 미국에서 ESPN의 패널로 참여하며 재택근무와 투잡 이슈로 국내 여론에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실제로 특출 난 자국 축구스타가 없는 미국에서는 축구 셀럽으로 영향력도 막대해 보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불리해질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아마도 북중미 월드컵까지 클린스만이 국가대표 감독직을 유지하기에는 이미 '무능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시점으로서는 그의 경질을 강하게 주장하는 수많은 축구 전문가와 팬들이 있기에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 한국은 부정하기 힘든 냄비근성이 존재하기에 만약 남은 아시안컵 일정에서 좋은 경기 내용과 성적을 낸다면 또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벤투 감독은 8강에서 탈락하고도 월드컵까지 갔으니까요.




리더의 종류와 사용법

우리는 너무도 유명한 삼국지를 통해서도 다양한 리더들을 볼 수 있습니다. 클린스만은 굳이 비유를 하자면 아무래도 유비와 같은 덕장에 어울리죠. 지장과 맹장과는 워낙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몇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얼바인)에 가서 카페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클린스만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대략 친구 카페의 단골손님인데 굉장히 나이스하는 칭찬 사람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다시 미국에 갔을 때 너희 가게 단골손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와서 미친 듯이 욕을 먹고 있으니 다음에 오면 좀 잘 챙겨주라는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좋은 전략가는 아닐지언정 좋은 사람인 것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덕장과 지장 그리고 맹장의 성향을 모두 가진 위르겐 클롭 같은 감독을 데려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역지사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클롭 감독이 리버풀 감독 사퇴 의사를 밝히며 큰 충격을 주었는데 그렇다면 클롭이 말한 이번 시즌 종료 후 최소 1년간의 휴식을 간절히 기다린 후에 그를 한국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모든 한국 축구팬들의 축제가 열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우리가 선임할 수 있는 감독은 완벽한 사람보다는 장단점이 있는 감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헬이나 나겔스만 같은 지장들은 훌륭한 전술을 가진 감독이지만 때때로 선수들과 많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약스를 우승시키고 맨유에 와서 여러 선수들과 불화를 겪고 있는 텐 하흐 감독도 그렇습니다. 한 때는 최고였으나 본인 답습과 고집으로 인해 발전이 멈춘 무리뉴 감독 같은 경우도 구단과의 충돌로 항상 결말이 좋지 못하죠. 

그래고 대부분의 능력 있는 감독들은 국가대표팀보다는 유럽의 클럽팀을 우선적으로 선호합니다. 


어쨌든 좋든 싫든 현재 우리 대표팀 감독은 덕장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덕장이 나쁜 것일까요 아니면 덕장을 선임해 놓고 왜 지장과 맹장의 역할을 못하냐고 흠씬 두들겨 패는 사람들이 나쁜 것일까요? 저는 이 부분이 조금 아이러니합니다. 전술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고 소통이 좋은 유연한 장점이 있는 만큼 독일 월드컵 3위 시절 뢰브 코치가 전략을 담당했던 것처럼 보다 전략에 강점을 두는 코치를 추가 선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뢰브는 클린스만의 뒤를 이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오랫동안 독일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며 독일을 세계랭킹 1위로 올려놓기도 한 능력자입니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개최국이자 우승후보인 브라질을 7대 1로 깨부수기도 했지만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2대 0으로 지며 독일 사상 첫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죠. 당시 한국에 질 때도 독일은 세계 랭킹 1위였습니다. 이렇듯 예측하기 어려운 게 축구인 것 같습니다.


다시 클린스만 이야기로 돌아가 실제로 지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벤투가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사면서도 꺾이지 않던 많은 부분들이 클린스만 체제에서 반영되었습니다. 선수 기용에 대한 부분부터 포메이션 다양화에 대한 부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고집을 부리지 않고 외부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과가 확연하게 좋지는 않았지만 제때에 필요한 선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가고 문제가 되는 부분의 전술적인 변화도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의 마녀사냥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결국 중요한 건 결과뿐인 걸까요? 스타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가 필요하다고 해서 주면 또 너무 줬다며 '해줘 축구'라며 조롱하고 전술을 바꾸래서 바꾸면 또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비난하며 달려드는 현실에서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국민들의 기대치에 맞게끔 맞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죠. 


국가대표팀에는 차두리 코치도 있고 협회와도 소통하며 현재 여론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사우디전에도 실점을 줄여보려 본인에게 생소한 3백을 들고 나왔겠죠. 클린스만의 고집이 세지 않고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실행해 보려는 노력은 확실히 보입니다. 그것을 장점으로 볼 수도 있고 단점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 결과는 우리 모두의 몫이죠.


덕장을 데려왔으면 덕장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기대하고 부족한 부분들은 가능한 빠르게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협회와 선수들의 몫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몫도요.





눈높이와 현실


혹시라도 우리의 기대치와 눈이 뮌헨, 토트넘, PSG 수준으로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당연히 아시아 최강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최강이라고 믿고 있고 이란 사람들은 이란이 최강이라고 믿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아시아 최고의 특출 난 선수들을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 최강의 팀으로 모두에게 불리기 위해서는 그것을 증명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축구는 소수가 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필드에서 뛰는 11명 외에도 많은 로테이션 멤버들과 코칭 및 지원 스태프들 그리고 협회의 지원 언론 및 국민들의 응원이 모두 합쳐져서 나오는 것입니다. 분명히 이 모든 것들이 경기력과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부는 응원이 아닌 비난만 과하게 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멤버들도 2012년 런던 올림핑 동메달 멤버들도 그전에 한참 내려가 차범근 시절에도 아시안컵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뒤늦게 아시안컵 우승을 쓸어간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명함도 못 내밀던 일본 축구가 어떻게 이렇게 발전했는지 어떤 시스템을 만들고 국가대표 축구팀을 위해 지원하는지 비교해 보면 일본 선수들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유럽에 비교적 손쉽게 진출하고 한국의 경우는 오직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각개전투 형식입니다. 어쩌면 일본의 시스템이 좀 유별난 경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리적이나 언어적이나 그 외 여러 가지로 우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인 일본의 경우는 신경 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께서 말씀하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승해선 선 안 된다"라는 말씀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한국 선수들은 혼자 공부하면서 과외받는 일본 선수들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그런 위치가 아닐까요?


보기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직접 해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선 넘는 비난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쯤에서 기성용 선수의 명언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만약 클린스만 입장이라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스타까지 찾아와서 그렇게 많은 악성 댓글들 적어주는데 여론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를 팔로우하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민낯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과연 그의 입장은 어떤 느낌일까요? 직장인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해외에 나가 다른 나라의 대표팀을 위해 일을 하는데 그 나라 국민들이 자신에게 악플을 퍼 붙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감이 안 옵니다. 물론 이미 많은 분들이 그에게 댓글로 사임하라는 요구를 주구 장창 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경질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한국 대표팀의 세계적인 명성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감독들에게도 직업인 만큼 대우와 성장 가능성 및 자신의 명성에 대한 리스크 등 다양한 부분을 참고합니다. 예시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임한 만치니 감독은 433억의 연봉을 받고 계약을 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참여팀 중 2위라고는 하지만 29억 가량으로 만치니 감독과의 차이는 십 수배에 달합니다. 감독 커리어만 놓고 보면 만치니가 클린스만보다 훌륭한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만치니 감독을 승부차기 도중 경기를 포기하고 터널로 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지난 월드컵 우승국 아르헨티나에게 조별예선에서 승리했을 만큼 만만한 팀은 아닙니다. 이번 16강에서 유일했던 월드컵 팀들의 맞대결이었던 만큼 우리가 고전한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고 그런 팀을 이끌고 경기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무책임하게 등 돌리고 퇴근하는 감독도 있는데 허탈한 웃음 한번 지었다가 자기 팀이 종료 직전 골 먹히고 일본을 피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아서 웃었냐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수 없이 받으면서도 화 한번 안내는 전술적인 능력은 부족하지만 성격은 좋은 감독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일본을 피하고 싶어서 일부러 졌냐고 말도 안 되는 무례한 질문을 한 일본 기자에게 이쯤에서 허재 감독의 명언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누구를 위한 마녀사냥일까?


우리들은 가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냥꾼이 됩니다. 총 대신 키보드를 두들기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총알을 뱉어내죠. 학교에서 직장에서 오랫동안 경험하고 단련된 전문가들 같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행동일까요? 오직 본인의 분풀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지난 사례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우리는 매번 학습하지만 손쉽게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민 영웅 대우를 받는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얼마나 많은 비판과 조롱에 시달렸는지 잊은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툭하면 유럽으로 돌아가서 비난받고 한국 공식 일정에 젊은 여자친구를 데려와서 비난받고 홍명보 안 뽑았다가 스타 선수들이랑 기싸움한다고 비난받고 비싼 돈 들여 유럽에서 장기간 머무르며 평가전 하면서 유럽 팀들에게 큰 점수차이로 진다고 오대영이라 불리며 조롱당하던 사람이 결과적으로 국민 영웅이 되었던 건 자국에서의 월드컵 4강이라는 결과였습니다. 히딩크 오대영 시절 그를 경질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조금 더 앞서간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국민 영웅 차범근 감독을 대회 중간에 경질하여 강제 귀국시킨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에게 5대 0으로 지고 한국의 축구 영웅은 순식간에 죄인이 되어 그의 축구인생에 흑역사를 선물해 줬죠. 해축 불모지였던 옛날에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당시 세계최고인 분데스리가에서 이름을 알리고 한국을 알릴 때 약속을 어기고 귀국한 그를 납치해 군대로 다시 입소시킨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를 위해 국가대표 팀의 감독이 되었는데 결국 우리는 그러한 그를 전 세계가 보는 월드컵에서 공개처형하고 얻은 것이 무엇일까요? 다음 경기에 벨기에와 1대 1로 비겨서 승점 1점을 따내고 탈락한 것이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또 한 명의 국민 영웅 홍명보 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장으로 월드컵 4강을 이끌고 감독으로 한국 최초로 올림픽 축구에서 메달을 따내며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한국에 큰 선물을 안겨준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이끌고 역시 1 무 2패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국민 역적이 되었습니다. 박주영 병역 이슈를 옹호하는 등의 일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한국 축구의 또 하나의 기둥이 몰락했던 순간이죠. 울산을 K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으로서 명예는 회복하고 있지만 그가 다시 감독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통 불통의 아이콘이었던 벤투 감독은 월드컵 16강에 오르며 순식간에 벤버지가 되었죠. 최근 그와 클린스만을 비교하며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결국 벤투의 'UAE'는 16강에서 이번 대회 첫 출전국인 타지키스탄에게 패해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벤투는 'UAE'의 주장이자 손흥민 같은 존재인 알리 마브쿠트를 1분도 출전시키지 않고 탈락하며 많은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선수는 A매치 85골로 전 세계 6위에 올라있는 선수인데 (1위 호날두, 3위 메시 / 손흥민 A매치 43 득점) 이유는 모르지만 이강인을 그렇게 안 쓰던 벤투의 고집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클린스만이 손흥민을 경기에 1분도 출전시키지 않은 것도 같은 상황입니다.


만약 클린스만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벤버지에 이어 클버지가 되며 찬양하기 바쁠 것이 예상됩니다. 이 글들을 써 내려가며 굉장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그동안 꾸준히 반복해서 우리 스스로 추앙하던 영웅들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나락으로 끌어내렸던 사람들을 한순간에 영웅으로 추앙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유럽 축구를 충분히 경험하고 지금쯤 국가대표 감독이 되었어야 할 안정환, 이영표, 박지성 같은 선수들이 국대 감독직을 기피하고 방송인 또는 행정가로만 활동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선례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마녀사냥일까요? 반복되는 악습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낼 수 없을까요?

총알 받이를 죽이고 또 다른 총알 받이를 내세우는 건 그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생명 연장에나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유소년 시스템, 기피 포지션에 대한 집중 육성, 유망주들의 보다 많은 유럽 진출, 한국 지도자들의 글로벌화, 협회 시스템의 투명화와 선진화 등 근본적인 원인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고쳐 나가는 것이 한국의 축구계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으로 보입니다.




사랑의 매?


과거 한국사회에서는 사람의 매라는 게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온몸에 안 맞아본 곳이 없고 허구한 날 피멍이 들거나 피가 나 살이 부르틀 정도로 원 없이 맞아봤습니다. 지금 들으면 상상할 수 없는 세대도 있겠지만 그때 어른들은 그런 짓들을 사랑의 매라 부르며 우리를 아끼기 때문에 체벌을 하는 것이라며 정당화시키고 당연시 여겼죠. 저는 그때 저를 때렸던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맞았던 순간들을 거의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언젠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다면 지금의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혹시 제자들을 그렇게 떄린걸 후회하고 있나요?


조규성, 이기제, 설영우, 조현우 선수가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다시 칭찬을 받게 된다고 그들의 마음이 괜찮아질까요? 아마도 심한 악플과 인신공격은 문신과 같이 잘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상처를 주고 있다면 반성하고 멈추길 바라봅니다. 지속되지 않으면 실수라는 단어를 쓸 수 있지만 지속된다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듯이 살아가다 보면 본인의 업보는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비판을 하지 말자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얘기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저도 공감하고 동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타이밍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모두에게 발전적인 방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장을 향한 비료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오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K-POP이 그렇고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그랬듯이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과 함께 팬들과 전문가들의 능력까지 삼박자가 잘 들어맞아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세계 최고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수준에 맞는 응원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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