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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ddie Journey Mercury Jul 08. 2019

2. 라호르(2) : 복잡한 라호르를 즐기자!

오랜 역사를 지닌 라호르, 파키스탄과 금방 익숙해지기

드디어 라호르에 도착했다.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와가보더의 국기하강식이 끝났고, 전편에서 이야기했던 파키스탄 청년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라호르로 출발했다. 중간에 청년들이 자신의 지인이 하는 음식점이 있다며 같이 먹고 가자고 했다. 프루챠라는 일종의 디저트인데, 요거트에 각종 신선한 과일과 건조과일을 섞어서 만든 음식이었다. 인도에서 많이들 먹는 과일 무슬리와 비슷한 느낌의 음식이다. 파키스탄에서 처음 맛본 음식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 그룻을 뚝딱 비웠다. 그 이후로도 어느 도시를 가든 프루챠를 찾아서 먹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치트랄과 길깃을 비롯한 북부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페샤와르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 라호르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니 라호르에 머문다면 꼭 한 번 시도를 해보길 추천한다. 그렇게 오토바이에 3명과 무거운 배낭까지 매달려 라호르의 숙소에 도착하니 9시가 훌쩍 넘은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 Charlie의 집은 Main Market이라는 곳 주변이었다. 자정이 가까운 늦은 시간에도 Main Market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Main Market 일대는 라호르에서도 고급 쇼핑몰과 식당들이 많은 동네이다. 복잡한 올드시티가 아닌 조금 더 발달한 라호르를 구경하고 싶다면 이 일대를 잘 뒤져보면 생각보다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1. 파키스탄에서 카우치 서핑을 하게 될 줄이야!


나는 암리차르의 호스텔에서 만난 룩셈부르크에서 온 얀(Yann)과 함께 국경을 넘어 라호르까지 이동을 했다. 암리차르에서 라호르 숙소를 어디로 갈 건지 이야기하던 중, 얀이 카우치 서핑으로 자기를 재워 줄 호스트를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도 그 호스트에게 나도 함께 머물 수 있는지 메시지를 보냈더니 흔쾌히 수락을 해줬다. Charlie라는 예명을 가진 호스트였다. Charlie는 페샤와르 출신의 파쉬툰이었다. 보수적인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무슬림 문화가 싫어 가족을 떠나 이런저런 스토리를 지닌 채 지금은 라호르에서 살고 있는 20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그는 라호르에 있는 어느 예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지금은 파키스탄 영화에서 단역 출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하면서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Charlie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의 집에서 3일간 머물렀는데,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키스탄의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에 회의 적였던 그에게 파키스탄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만약 찰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여행자로서는 접하기 쉽지 않았을 리얼한 로컬들의 이야기였다. 특히 그가 다녔던 예술 대학은 파키스탄 안에서도 가장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했다. 파키스탄에 대해 파편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던 나의 관념에 자유분방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파키스탄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이후에 조금 더 자유로운 자세로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 라호르 뮤지엄 뒤편에 있는 펀자브 공공 도서관.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Charlie의 친구들 덕분에 내부를 쉽게 구경할 수 있었다. 오래된 전통 건물을 도서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공공 도서관과 비교하면 이 곳이 도서관이 맞나 싶겠지만, 라호르에서는 꽤 전통이 있는 유명 도서관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구열은 매우 뜨거웠다.


찰리는 라호르의 올드 타운 구경도 시켜주었고, 그의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들도 할 수 있었다. 대부분 라호르에서 대학을 다니는, 많은 교육을 받은 젠틀한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유럽에서 온 얀과 한국에서 온 나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사실 가끔은 지칠 줄 모르고 질문을 쏟아 내는 파키스탄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기도 했다. 라호르의 날씨는 무더웠고 나는 항상 지쳐있었는데, 그들의 질문 공세는 나의 이런 피곤함과 무관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유럽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생소한 외모를 가진 나를 더 신기하게 생각했고, 파키스탄인들의 끊이지 않는 셀카 요구에 응해주느라 더욱 피곤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비해 체력도 더 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응대해주는 친교적인 얀 덕분에 언제나 바닥에 남은 에너지까지 다 끌어내어 파키스탄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했다. 가끔 피곤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얀 덕분에 파키스탄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나의 여행은 더욱 즐거울 수 있었다.


Importamt! 파키스탄을 여행한다면 꼭 카우치 서핑을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을 환대하길 즐겨하고, 특히나 접하기 어려운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많은 호기심이 있어 카우칭 서핑 호스트를 찾기가 매우 쉽다. 특히나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 같은 대도시에는 생각보다 카우치 서핑을 하는 호스트들이 많다. 이들의 집에 머물면 정말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다. 특히나 여행 정보가 많지 않고, 숨겨진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은 파키스탄에서는 현지인에 집에 머물면 아름다운 여행지에 대한 귀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 사는 자신들의 가족과 친구들도 쉽게 소개를 시켜준다. 만약 카우치 서핑이 없었다면 나의 파키스탄 여행은 정말 무료하고, 난처했을 것이다.


Tip! 파키스탄 사람들, 특히 젊은 파키스탄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특별히 교육을 받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하는 파키스탄 사람들은 매우 젠틀하고 스마트하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면 가끔 당혹스러운 질문들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에 사는 그들은 외국인들의 연애와 성문화에 대해 매우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연애와 성에 대해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는 것 마냥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들을 나쁜 의도나 무례함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니 당황하지 말자. 적당하게 대답을 해주거나, 아니면 유연하게 대답을 회피하고 화제를 바꾸면 대화를 재미있게 이어나갈 수 있다.  




2. 무덥고 복잡한 라호르 구경하기 


라호르의 날씨는 매우 무덥다. 3월만 돼도 우리나라의 한여름 날씨와 비슷하게 무덥다. 라호르를 구경하는데 가장 큰 적은 무더위였다. 라호르 대부분의 관광지는 올드시티에 몰려 있다. 나는 바드샤히 모스트(Badshahi Mosque)와 와지르 칸 모스크(Wazir Khan Mosque), 로렌스 가든(Lawrence Garden, Bagh e Jinnah), 아나칼리 바자르(Anarkali Bazaar) 등을 구경했다. 모두 올드 시티 가까운 곳에 몰려 있다. 이외에 라호르 성과 라호르 뮤지엄 등이 구경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바드샤히 모스크와 붙어 있는 라호르 성은 델리의 붉은 성과 비슷한 건축 양식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라호르 뮤지엄은 간다라 문화재가 많아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박물관이라고 한다.


#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파이샬 모스크가 지어지기 전까지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모스크였다고 하는 바드샤히 모스크. 유명 관광지임에도 평일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한적하니 좋다.


파키스탄의 대부분의 문화재는 현지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구분되어 있다. 바드샤히 모스크의 경우 입장료가 500루피로 파키스탄의 저렴한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싸다. 라호르 성도 500루피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키스탄까지 와서 그냥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 구경하는 게 더 이득이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그게 왜 이리 비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와지르 칸 모스크는 특별히 입장료가 없었고, 로렌스 가든은 입장료가 기억나지는 않는데 별로 비싸지 않았다. 바드샤히 모스크는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파이샬 모스크가 지어지기 전에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모스크였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하지만 평일에는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구경하기에 괜찮았다. 와지르 칸 모스크도 나름 의미가 있는 모스크인데, 바드샤히 모스크에 비해 소박하고 나름의 운치가 있는 모스크였다.


# 와지르 칸 모스크. 바드샤히 모스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건축 양식이 상당히 다르고, 색감이 매우 아름다운 모스크이다. 미적인 면에서는 바드샤히 모스크에 비해 훨씬 아름다운 모스크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3억에 이른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 비하면 상대도 안되지만, 인구가 5천만에 불과한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나 라호르는 파키스탄에서 카라치 다음 가는 대도시다. 아나칼리 바자르를 비롯한 올드 시티는 델리의 빠하르 간지에 비견할 정도로 복잡하다. 대신 빠하르 간지에 비하면 삐기가 거의 없고, 상인들이 매우 착하다는 차이 정도?


# 올드시티 안에 있는 시장의 풍경. 정말 사람도 많고 매우 복잡하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Tip! 라호르에서는 우버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카림(Careem)이라는 이슬람 권에서만 사용하는 택시 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라호르에서 이동시에는 우버와 카림을 무조건 이용하자.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올드 시티 안은 매우 복잡해 우버를 불러도 찾기가 쉽지 않으니 올드 시티 외곽의 메인 도로에서 우버를 불러야 한다. 그리고 우버로 오토바이도 부를 수 있으니 혼자 여행이라면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매우 저렴하고, 교통 체증과 상관없이 기동성 있게 이동할 수 있다.




3. 파키스탄 심카드 구입하기


파키스탄에는 몇 개의 통신사가 있다. 중국 회사인 Zong, 그리고 Telenor와 SCOM 등이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전역을 완전히 커버하는 통신사는 없다. 나는 라호르에서 Zong의 심카드를 샀다. 라호르와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 그리고 페샤와르 근교의 도시들까지는 4G가 잘 터졌지만, 나머지 북부 지역에서는 2G밖에 터지지 않아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치트랄 지역에서는 Telenor가 주요한 통신사였고, 길깃 지역에서는 SCOM이 주요 통신사였다. 하지만 이 두 지역에서도 두 통신사는 여전히 4G가 아닌 3G만 이용 가능했다. 내가 여행할 당시 북부 지역에서도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가 한찬 진행 중이었으니 북부 지역의 통신 사정도 곧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중요한 게 일반 매장에서는 외국인이 심카드를 자유롭게 구입할 수가 없고, 공식 대리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구글에서 공식 매장을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치트랄에 비해 더 발전해 있는 길깃-발티스탄에서는 와이파이가 있는 숙박 업소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치트랄 지역에서는 와이파이 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대도시를 구경할 생각이 없이, 바로 북부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면 굳이 심카드를 구입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아니면 Zong을 구입해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 등지에서만 사용해도 된다. 만약 이렇게 구입하더라도 굳이 많은 데이터 량의 심카드를 구입하지 말고 적은 데이터양의 심카드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라호르는 파키스탄에서 유일하게 두 번 들른 도시이다. 파키스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인도로 돌아가기 위해서 라호르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낯선 파키스탄에 도착해 라호르에서 느낀 첫 느낌과 파키스탄을 모두 여행하고 다시 돌아와서 느낀 라호르의 느낌은 정말 달랐다. 라호르는 파키스탄 제2의 도시인만큼 파키스탄에서는 매우 자유로운 도시의 축에 속한다. 하지만 자유로웠던 인도의 분위기에 익숙해 라호르에 도착한다면 처음에는 매우 낯섦을 느낄 것이다. 라호르에서 그런 낯섦을 충분히 즐기자. 이것이 바로 파키스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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