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와서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될까

왜 혼자 여행을 다니냐고요?

by 골목여행자

"여자분이 혼자 여행을 하는 게 쉽진 않잖아요. 혼자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있어요?"


얼마 전 다녀온 후쿠오카 이자카야에 혼자 사케를 마시러 갔다가 들은 말이다. 마침 옆에 한국분이 앉아계셨는데, 혼자 여행 중이라고 하니 그렇게 물어보셨다.


혼자 다니는 게 이미 익숙해진 나는 요즘 시대에도 아직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혼자가 편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나는 꽤 즉흥적으로 여행을 가는 편인데 친구들과는 일정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혼자 여행을 처음 하게 된 건 벌써 20년 전이었다. 나의 첫 해외는 대학생 때 교환학생을 떠난 미국이었고,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 해에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교환학생을 제외한 첫 단기 여행은 이미 혼자였으니, '나이가 들수록' 혼자 여행을 더 즐기게 된 건 아닌 듯하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아쉬울 때는 있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맛집에 가서 다양한 메뉴를 시키지 못할 때 말이다. 그런데 내 여행에서 음식과 맛집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의 여행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낯선 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발길 가는 대로 가면 된다. 지금 일상에서처럼 굳이 목적지가 없어도 된다. 목적지가 있다한들, 가는 도중에 힘이 들면 포기하고 돌아가면 되고, 아니면 목적지를 바꿔도 된다. 그냥 온전히 내 생각에 집중하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면 된다.

2026년 2월 비 오는 날의 모지코

지난주 나는 여행 직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다. 여행 첫날 마음도 무거운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네. 심지어 하루 종일 비가 온단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구경이라도 해야지 싶어 밖으로 나갔는데 몸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조금만 쉬고 다시 나가자는 마음으로 호텔에 '잠깐' 들어왔다. 그런데 그게 내 외출의 마지막이 돼 버렸다. 혼자 호텔 방에서 넷플릭스를 보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됐고, 그냥 그렇게 침대에서 잠들어 버렸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 시간이 아깝다고 말한다. 그런데 난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내 여행에서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내가 가보고 싶은 곳에 가고,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그만인 그런 시간들이 나는 참 좋다.


아마도 '현생'을 살아야 하는 한국에서는 그런 삶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더욱 소중한 거겠지. 그래서 그게 여행인 거고, 나는 앞으로도 그런 여행을 계속 떠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