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비 내리는 고성, 카페 창가에서 쓴 일기

by Jeoney Kim

고성으로 여행을 떠난 첫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다행히 보슬비가 내려서

나름대로 운이 좋다고 여겼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비 내리는 바닷가를 하염없이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보았던 명언 하나가 떠올랐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이 문구를 보는 사람들 저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특정 뉘앙스,

또는 특별한 인상 같은 것 말이다.


나 역시 그랬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계속 상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인생에서

비는 주로 역경으로 은유되는 것이다.


역경에 쉽게 무너지지 않으려면

바다처럼 넓고 깊어져야 한다.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시간이 쌓이면

그만큼 넓은 시야와

깊은 내공을 얻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내리는 비가 흔적도 없이 고스란히

바닷물에 흡수되는 것이다.


일 년 중에 비가 내리는 날보다는

안 내리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잠깐 지나쳐 가는 비바람을

바다처럼 넓고 깊은 그릇으로

온전히 수용할 수 있다면

역경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다면

내리는 비를 바다가

원래 자기 것이었던 것처럼

품는 모양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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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전 가을에 떠난 고성 여행.

그 당시에 썼던 일기를 조금 더 매만져

새롭게 펼쳐 보인다.


어쩌다 이 글을 마주하게 되면

마음속에 바다 하나 품고 가기를.


나를 온전히 수용해 줄 수 있는

아주 넓고 깊은 바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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