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보고서알아야 할 5가지 사실
[편집자 주]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가 새로 발표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다. 66개국의 과학자 234명이 8년 동안 참여한 연구 결과물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고 포괄적인 보고서다. 이번에는 그동안 요구되었던 세계 정치(기후 정책) 요인을 기후 모델에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각국 정부도 보고서를 공인했다. 기후 변화는 이미 분명히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 온난화의 재앙적 수준을 막을 확률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의 노력이라도 중요하며, 최악을 막기에는 늦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정리한 보고서의 5가지 핵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1)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인간의 영향이 확실하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 그룹이 여섯 번째로 실시한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평가다. 이전 보고서와 달리 이번 것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누구이며 무엇인지에 관해 어떠한 의심도 없앴다. 보고서는 첫 번째 단락에서 "인간의 영향이 대기와 대양과 대지를 덥혀 왔음은 명백하다"라고 단언했다.
1750년 이후 관찰/측량되어 온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직접적으로 인간 활동과 연결 지을 수 있다. 대개는 세계가 산업화하면서 석탄과 석유, 기타 화석 연료를 연소한 결과다. 그로 인한 탄소 방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증가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 여파는 이제 세계 모든 지역에서 체감되고 있다.
2) 기후 과학은 더 나아지고 있고 더 정확해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지구 온난화를 인간 책임이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결론지은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기후 연구가 아주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전 보고서가 발표된 지 불과 8년 사이에만 해도 그렇다.
이전보다 훨씬 많은 관찰 데이터-기온 측정은 물론 육지와 해양, 우주에 설치된 도구를 활용한 각종 데이터- 덕분에 현재 일어나는 기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였다. 특히 그동안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는 능력이 크게 낙후되어 있었던 세계의 일부 빈곤 지역에서 눈에 띌 정도의 개선이 있었다.
기후를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모델 또한 아주 크게 개선되었고, 컴퓨터 파워가 향상되면서 이런 시뮬레이션을 더 빠르게 가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결과 시뮬레이션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시행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개선에 더해, 더 큰 규모의 질 좋은 데이터를 모델에 입력하는 능력이 더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이 모델들이 미래 기후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기후 변화와 폭염, 폭우 같은 극단적인 기후 이변 간의 상관성을 밝히는 원인 귀속 연구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이제 연구진이 이상 기후 현상을 더 빠르게 분석해 온난화와의 상관성을 결정지을 수 있게 되면서 기후 변화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전반적인 확신이 높아졌다.
3) 앞으로 30년 동안은 세계의 대응이 어떻든 기후 영향의 악화를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는 이미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이후 1.1도의 기온 상승을 기록했다. 인류는 너무나 많은 이산화탄소와 그 밖의 다른 온실 가스를 대기 중에 배출했기 때문에, 지금의 온난화는 오늘 당장 세계 각국이 과감한 탄소 감축 조치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금세기 중반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결론 내렸다.
기후 변화의 일부 다른 충격은 그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의 거대한 빙하는 최소한 금세기 말까지는 계속해서 녹아내릴 것이다. 따라서 세계 해수면은 최소한 2000년 동안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다.
4) 기후 변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떤 기후 변화들은 과거 수 세기에서 수 천 년에 이르는 어떤 기간보다도 정도가 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가령,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과거 200만 년 사이 어떤 시기보다도 높은 상태다. 북극의 여름-후반 해빙이 차지하는 범위는 지난 1000년 사이 어떤 시기보다 낮다.
또한 훨씬 더 가까운 과거의 어느 시기와 비교했을 때도 지금 일어나는 기후 변화의 속도는 유례없이 빠른 상태다. 해수면 상승률은 2006년 이후 약 2배로 치솟았다. 지난 40년 동안 매해 연속해서 기온이 상승한 결과다. 지상의 폭염의 강도는 1950년 이래 현저하게 높아졌고, 해상의 폭염-바다 생물을 죽일 수 있는 해상의 극단적인 폭염-도 지난 40년 동안 빈도가 2배로 늘었다.
5) 인류가 기후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창은 아직 열려 있다.
보고서는 미래 기후에 관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모두 실행에 옮겨졌을 때'는 세계는 2040년이나 그전에 1.5도-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의해 설정된 야심 찬 목표치-에 달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탄소 배출 감축 조치의 대부분이 충족되더라도 온난화는 2040년을 훌쩍 넘어 금세기 남은 시간 동안 계속될 것이다.
세계가 감축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기온은 2100년까지 산업혁명 시기보다 3-6도 높은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그럴 때는 재앙적 결과를 면치 못한다.
보고서는 공격적이고 빠른 광범위한 방출 감축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하면 온난화를 2050년에 묶어 둘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넷 제로(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량이 상쇄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 금세기 하반기는 1.5도 밑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시나리오를 달성하기란 세계로서는 엄청난 일이고 대가가 큰 과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다수 정부가 지금까지는 발휘하지 못한 높은 수준의 정치적 결의를 모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