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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Aug 10. 2021

지구인으로 생각하기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2050 거주불능 지구> 중에서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추수밭


지구 온난화가 가르쳐 주는 교훈은 서로 모순적이어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동일한 위기로부터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이며 또한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동시에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생명체와 문명을 일으킨 기후 시스템은 불과 한 세대의 인간 활동 때문에 온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다다를 만큼 연약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의 불안정성을 (사실상 우연히) 초래한 인간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뜻하기도 하며, 이제 우리는 바로 그 힘을 가지고 동일한 시간 내에 손상을 멈춰야 한다. 인간이 문제를 초래했다면 되돌릴 수도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처럼 세상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자를 가리켜 으레 '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우리 중 대다수가 신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도망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눈앞에 대놓고 핸들이 놓여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음 세대 후손에게, 마법 같은 혁신을 일으킬 기술자에게, 당장의 폭리에 집중하는 정치인에게 미루고 있다. 설령 강압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이 책에 '우리'라는 단어가 강박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총망라적인 재앙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고통을 나눠 갖지 않으려면, 적어도 숨이 막힐 정도로 거대한 고통을 나눠 갖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는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


우리는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우리가 겪을 고통이 정확히 어떤 모습을 취할지 알지 못한다. 매년 얼마나 많은 숲이 불타오를지, 거기에 오래도록 쌓여 있던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이 방출될지, 얼마나 많은 허리케인이 카리브해의 섬을 평평하게 쓸어버릴지, 초창기 가뭄이 어느 곳에서 가장 먼저 초대형 기근 사태를 불러일으킬지,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최초의 대규모 전염병은 무엇이 될지 확실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미 알고 있는 정보만으로도 우리가 들어서는 세계가 아예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편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현재 살아가는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내다볼 수 있다. (331-332쪽)


페르미의 역설(우주가 그렇게나 광활한데도 아직까지 다른 지적 생명체를 마주치지 못한 사실)은 '위대한 침묵'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는 우주를 향해 소리를 내질러 보지만 어떠한 메아리도,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통념을 깨뜨리기 좋아하는 경제학자 로빈 핸슨은 이를 '거대한 필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모든 문명은 마치 벌레가 그물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지구온난화라는 필터에 걸러지고 있다. 여러 차례의 지구 대멸종이 온실가스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학자 중 하나인 고생물학자 피터 워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 문명이 생겨나지만 환경적인 필터 때문에 다시 하나하나 사라지는 것이죠. 그것도 꽤 빨리요... 과거에 지구가 겪었던 필터링 현상은 이런 대멸종 가운데 벌어졌어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대멸종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죽음을 초래할 것이다. (333-334쪽)


과연 우리는 멈출까? '행성처럼 생각'하라는 말은 현대인의 사고방식(특히 무자비한 경쟁 체제를 살아가는 신자유주의 신민의 사고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여서 언뜻 듣기에는 유치원에서 따온 표현처럼 들린다. 하지만 기후 문제에 관해서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추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니, 필수적이다. 해결책을 써먹을 기회가 단 한 번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 원칙은 행성처럼 생각하는 것을 넘어선다. 우리가 지구를 아무리 병들게 한들 결국 지구는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원칙은 사람처럼, 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단지 한 사람의 운명을 모두가 나눠서 짊어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하나의 행성'으로서 나아가고 있는 길은 행성 위를 살아가는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처럼 생각해 보면 결국 재앙과 관련된 투입 값은 전부 우리 손안에 있으며 지구의 운명을 이해하거나 통솔하기 위해 신비주의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그저 책임만 받아들이면 된다. (339-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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