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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Feb 18. 2022

느려도 너무 느리다. 호주 고객 센터 통화 후기

퇴근하고 집에 와서 게임하는데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겼다. 가끔 인터넷이 끊겨도 몇 분 안에 다시 연결됐는데 10분이 지나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비록 게임은 잘 못하지만  친구들과 만난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보스몹을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결이 끊기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게임 상에서는 접속된 상태인지 친구들이 왜 몬스터를 잡지 않냐며 핀잔을 주었다.



기다리다 못해 핸드폰 모바일 핫스폿을 켜서 접속했을 땐 이미 게임이 끝나고 난 상태였다. 방 안으로 들어와 와이파이 전등을 켜려는데 작동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뭔가 꺼림칙했다. 모뎀을 확인하니 인터넷 불빛이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되니 당연히 와이파이로 작동하는 모든 기기들을 사용할 수 없었다. 가장 불편한 건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으니 노트북 사용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핸드폰으로 연결해도 속도가 느리다 보니 컴퓨터 할 맛이 안 난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이 되어도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못한 게 하루밖에 되지 않는데 와이파이 금단현상은 꽤 심각했다. 서비스 센터 연결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대기 인원이 30명이라며 연결되기까지 얼마나 소요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신호음이 계속 들리니 뭘 해도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혹시나 연결 됐는데 미처 전화를 받지 못할까 봐 눈은 과제를 하고 있지만 온 정신은 전화기에 쏠려있었다. 그러닥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Hello?라는 목소리를 듣고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피곤함 반, 짜증 반 섞인 목소리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자 상담사 답변이 더 황당했다.


본인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고 모뎀을 계속 리셋해보라는 말뿐이었다. 이미 상담원이 이야기하기 전에 수십 번을 리셋해보았고 연결이 되지 않아 연락한 건데 상담원도 슈퍼바이저와 이야기해봐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본인이 할 줄 모르면 다른 상담원한테 넘겨주면 되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본인 생각만 전달하기 바빴다.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상담은 끝이 났다. 전화 통화한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이미 10시를 넘겨서 뭘 할 수도 없었다.


와이 파이 없이 지낸 지 이틀째, 다시 연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고 다시 서비스 센터로 전화했다. 모든 작업을 노트북을 통해 하다 보니 다른 기기로 작업하는 게 어색하고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특히 조그마한 태블릿 화면으로 무언가를 하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름, 생년월일, 주소를  이야기하자 지난번에 상담한 내용이 기록되어있었나 보다. 이번 상담원은 갑자기 본인에게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을 경우 몇 가지 프로토콜이 있다며 차근차근 시행하기 시작했다.


 프로토콜 1, 2를 실행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터넷 회사를 바꿔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토콜 3을 실행하자 모뎀의 불빛이 초록빛으로 변했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드디어 와이파이가 돌아왔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볼 수만 있다면 격하게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통화가 끝나고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풀려서 그런지 피로가 몰려왔다.  호주 회사들 일처리가 느리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까지 느릴 줄 생각 못했다. 이제 더 이상 고장 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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