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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Jun 03. 2022

" 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지 못하는 걸까요? "

미츠하 테마 (Theme Of Mitsuha)

딱히 슬픈 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똑같은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연속이었으니까. 어떤 새로운 일이 있을까 기대하며 잠이든 날보다 잠들지 않으면 다음날이 힘들어지니 억지로 눈 감는 날이 많았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몽롱한 밤. 누군지 모르는 낮선이 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긋나긋하고 따듯한 목소리였다. 


눈을 뜨자마자 하염없이 울었다. 방안에 혼자 있어서 다행이지 누가 있었다면 미친 사람인 줄 알았겠지.

한동안 꿈속에서 들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다 잊어 갈 때쯤  다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공간, 목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잊으면 안 될 것 같은 목소리를 가진 그 사람과 가까워지자 희미하게 들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아침을 맞이했다. 


망할 놈의 핸드폰. 꼭 기분 좋은 타이밍에 울려댄다. 하루 종일 멍하니 무언가 홀린 것처럼 거리를 걸어 다녔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혹시나 꿈속에서 들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귀를 쫑긋 세우고 돌아다녔다. 


특유의 마음을 울리는 그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잊을 듯하면 주기적으로 들리는 목소리 덕분에 불면증이 치료된 것 같다. 이제는 목소리를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다. 


볼 수 없지만 귀를 통해 그 사람이 다양한 감정을 나에게 보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목소리만 들어도 손끝에서 마음속까지 따뜻함을 느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래전부터 나를 알아온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 목소리를 듣고 싶지만 어쩌다 한번 꿈속에 와주는 것만으로 고 고마웠다.

  

이제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한 달, 야속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끼다니.  아쉬움이 체념이 되는 순간 그동안 불면증을 해결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 오늘은 어디까지 기억하시나요?" 


병원 불빛은 항상 왜 이렇게 밝은지 홍채가 줄어들다 못해 오그라 드는 것 같다. 병원을 다니고 나서부터 꿈에서 깨는 순간 핸드폰 녹음기를 켠다. 


적을 새도 없이 사라져 가는 기억을 조금이나마 기록해두기 위해 꿈에서 느꼈던 것을 쏟아낸다. 물론 다시 녹음한 것을 들으면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은 항상 사랑한다라는 말로 끝났다. 


" 오늘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


의사는 기대했던 것과 다른 대답을 듣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준다는 홍보 영상을 보고 사기꾼이면 어떡하지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 잃어버린 기억을 바탕으로 AR를 구현하는데 아직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면 저희 측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


계약 횟수 총 10회. 뇌파 치료를 통해 가상, 증강 현실을 넘나드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었다. 광고할 때는 어떻게든 기억을 찾아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기가 찼다. 


오로지 손님의 기억을 바탕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10회가 끝나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없을 수 있습니다. 환불은 불가능하며 다음 서비스 예약 시 50% 할인이 적용됩니다. 완전 날강도 아닌가라고 생각 들지만 효과를 봤다는 후기를 보면 조그마한 희망이 보였다. 


" 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지 못하는 걸까요? "


의사는 나의 질문을 듣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잠옷을 고이 접어두고 그저 다음번에 잘 부탁한다며 병실을 나왔다.  치료를 하다 보면 운 좋게 기억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운 좋은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조그마한 희망 때문이었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어릴 적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 때문인지 아님 불필요한 행동들 때문인지 기억을 잃어버렸다. 어떻게든 기억을 찾고 싶은데 아무리 시대가 발전해도 잃어버린 기억은 어떻게 찾아낼 수 없나 보다. 


오늘도  바닥에 누워 머리를 쥐어짜 내며 생각나지도 않는 추억을 어떻게든 기억해 내를 노력한다. 빨리 돈이나 다시 벌어 다시 치료를 시작해야겠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많은 돈을 쓰냐고 묻는다. 좋은 곳에서 잘 쉬고 계실 테니 나부터 챙기라는 조언을 듣지만 이 기억을 찾아야겠다는 이유 덕분에 숨 쉬고 있는지 모른다. 


나를 살 수 있게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자 꼭 기억해야 할 나의 사랑하는 엄마, 아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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