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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Jun 16. 2022

호주 일상 / 바닷가 산책하다 끄적끄적


멜버른의 겨울은 우울 그 자체이다. 하루에 사계절이 있을 정도로 변덕이 심하지만 겨울만큼은 먹구름 잔뜩이다. 어쩌다 한 번씩 날씨 좋은 날 얻어걸리면 반려견들이 산책 가자는 소리에 왜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그동안 잠들어있던 여행 본능을 깨워준다.  오후에 비가 오지 않을까 날씨 체크하고 난 후에야 주섬주섬 외투를 입었다. 


언젠가부터 멜버른 곳곳에 생긴 전동 킥보드 덕분에 평소에 가보지 못한 길로 여행을 하게 된다. 킥보드 타기 전에는 누가 저런 걸 탈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였다. 오늘의 루트는 멜버른 시티에서 포트 멜버른이다. 

이번 여행은 친구와 함께 동행했다. 


사우스 와프는 멜버른 시티에서 트램 타고 10~15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시티와 가깝지만 분위기는 정말 딴판이다. 자동차 경적 소리도 울리지 않는 조용한 동네였다. 야라강을 바라보고 있어서 뷰만큼은 이곳에 살고 싶어 지게 만든다. 


구글 지도를 보고 포트 멜버른으로 이동 중 만난 고속도로 때문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우여곡절 포트 멜버른에 도착했다. 한동안 자전거로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되는 건지 검색해보았다. 약 40분 정도 여행 끝에 도착한 포트 멜버른은 포근하게 날 맞이해주었다.  


필립 포트만의 매서운 바닷바람을 생각하고 두꺼운 외투를 입었는데 해와 바람에 나오는 나그네처럼 외투를 벗게 되었다. 이렇게 한가롭게 반려견들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국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땐 산책이라는 단어는 책 속에만 존재하는 단어였는데.


잔잔한 물결 소리를 따라 포트 멜버른 비치를 걸어 다녔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어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어느 순간 일상이 찾아왔다. 코로나 덕분에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고 나서 쉬는 날에는 피곤해도 열심히 돌아다닌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역 이동을 고려중인 친구는 고민이 많은가 보다. 멍하니 바다만 바라본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때부터 알고 지낸 유일한 친구가 떠난다고 하니 아쉽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난다고 하니 응원해줘야지. 


밤 되니 쌀쌀해서 도저히 킥보드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바다 감성에 한번 빠지면 여운이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오랜만에 자기 전 맥주 한 캔 마셨다. 다음날 후회하겠지만 그건 내일의 나의 일이니까 오늘의 나는 즐기다 자련다. 




South Wharf - VICTORIA
Port Melbourne Beach - VICTORIA



Port Melbourne Beach - VICTORIA


Port Melbourne Beach - VICTORIA


Port Melbourne Beach - VICTORIA



Port Melbourne Tram Stop[ - VIC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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