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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10. 2020

Ep.33 호주에서 처음 영화관 간 날

처음으로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을 때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분명 영화관에 가면 아무것도 이해 못해서 영상만 보다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다 문뜩 호주 온 지 반년이 지나가니 나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못 이기는 척 제안을 수락했다. 


 다들 외각에 살다 보니 중간 지점인 워터 가든 (Watergardens) 쇼핑센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티에서 트레인 타고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그렇게 부담되지 않았다.  영화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Fantastic Beasts: The Crimes of Grindelwald)를 보기로 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이전 시리즈를 보고 와서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기 이전에 수현 / 에즈라 밀러 신비한  동물들 인터뷰 영상들을 몇 번 보고  궁금해 한 터였다.   


영화관 도착 후 티켓 예매를 하는데 친구가 자막 리더기를 사용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영화 내용이 판타지 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단어, 발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 리더기를 사용하면 조금 더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 친구 덕분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따로 추가 비용은 없었고 신분증만 맡기면 되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영화관 들어가기 전 입이 심심할까 봐 매점에 들렀는데 생각보다 준비되어있는 게 별로 없어서 젤리만 구매했다. 한국이었으면 캄보 대짜리에 버터오징어 + 나쵸까지  주문해서 양손 가득 이었을 텐데... 







상영관 내부에 들어와 자리에 착석하는데 신세계를 맛봤다. 옆 친구가 갑자기 신발을 벗고난 후 내 시야에서 점점 사라진다.  옆을 보니 의자가 거의 일자로 눕혀져 잠자러 오신 분 인줄 알았다. 의자 간의 간격도 넓어서 앞사람으로 인해 영화 보는데 불편함을 겪을 일이 없을 정도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보여주는데 퀄리티가 남다르다.  매표소에서 알려준 대로 팔목 거치대에 리더기를 설치하고 난 후 버튼을 눌렀는데 영화 상영이 시작돼도 자막이 뜨지 않는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그냥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리더기를 이리저리 눌러댔다. 

운 좋게 리더기가 작동해서 영화랑 같이 보는데  얼마 되지 않아 리더기를 꺼버렸다. 

처음에는 리더기를 이용해 영화를 보니까 이해가 더 잘되었는데 화면이 작다 보니 두 명 이상 대화를 하면 읽기도 전에 휙휙 지나갔다. 특히 번갈아가며 보다 보니 나중에는 눈이 피로해 잠이 오기 시작했다. 


결국 대충 상황을 보고 어떤 대화를 할지 짐작하여 영화를 보는데 뭔가 시원 섭섭했다. 영화를 봐서 좋긴 한데 뭔가 호주에 반년 동안 있으면서 영어 실력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물론 친구들과 대화하면 예전과는 다르게 주고받는 말들이 많지만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리스닝이 안되는지 확인 한셈이다. 

호주 가기 전에 영화 한 편 보고서 얼마나 이해하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 재평가를 해봐야겠다. 



 영화가 끝나고 다들 집으로 갔다.  영화관 오기 전 점심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어서 영화 보고 다 같이 저녁 먹으려고 했는데 정말 영화만 보고 헤어질 줄 몰랐다. 다음번에는 꼭 미리 이야기해야겠다. 


다음번 영화관에서는 리더기 없이 절반 이상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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