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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17. 2020

Ep42. 세컨 비자를 취득할 것인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시티에서 가까운 칼튼 가든으로 향했다. 시티 안에 플라그 스태프 공원이 있지만 이곳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에 조깅할 때만 가고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는 칼튼 가든으로 자주 가는 편이다.     


생각한 대로 칼튼 가든은 평화로웠다.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오랜만에 사색에 잠겼다.  이곳에 온 이유는 그동안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세컨 비자를 위해 농장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호주 오기 전 나의 계획은 호주 워홀을 마치고 나서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다른 영어권 나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호주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고 이대로 떠난다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한 채 미련만 남고 떠나는 것 같았다. 합법적으로 호주에 머물으려면 세컨 비자가 필요한데 예정에는 없던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농장으로 떠났던 친구들은 세컨 비자 취득 자격조건을 만족하여 곧 시티로 넘어오는데 나는 이제 농장으로 갈지 말지 정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호주 오고 나서 바로 농장으로 떠났다가 세컨 비자까지 취득하고 시티로 넘어올걸 그랬다.  


세컨 비자 자격 조건은 호주 정부에서 인정하는 농장에서 약 3개월(88일)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말이 88일이지 만약 농작물 수확량이 적거나 일이 없다면 근무일수에 포함되지 않아 넉넉히 4~5개월 정도 기간을 잡아야 된다고 한다.

  


한동안 이 고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미 농장에 떠난 친구들은 농장 생활이 좋았다며 긍정적인 이 야이를 해주었지만 몇몇 친구들은 농장 생활이 생각보다 달라서 한국으로 귀국한 친구들도 있었다. 이미 시티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 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농장으로 가기도 아까웠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고민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흐른다.  이미 호주에 온 지 반년이 지났으니 나한테 남은 시간은 약 4주 정도였다.



나만 이곳에서 이런 심오한 걱정을 하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피크닉을 즐기거나 책을 읽는데 나 혼자서 멍하니 나무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있다 보니 스트레스는 덜 받는 것 같다. 

아직 4주가 남았으니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결정하고 나서 더 이상 이 문제로 다시 고민하지 말아야겠다.  


' 다음번에 칼튼가든에 올때는 간단한 샌드위치라도 싸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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