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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pr 18. 2022

프로듀스 유니콘 #04 비바리퍼블리카

수수료는 토스가 냈어요!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은행 어플로 계좌이체를 할 때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가 없으면 애를 먹기 일쑤였고, 비밀번호 입력을 몇 차례 잘못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 풀어야만 했다. 안 그래도 사용자 경험은 엉망인데 송금 수수료는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5000 원만 보내면 되는데 500 원을 수수료로 내라니... 치킨 소스추가, 커피 사이즈업에 500 원은 아깝지 않은데 수수료 500 원은 유난히 아까웠다. 그런데 한 회사가 '수수료는 토스가 냈어요!'라며 송금 수수료 평생 무료를 선언했다.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유니콘이자 '토스'라는 어플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를 소개한다.



[History] 치과의사의 스타트업 8전9기.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창업자 만큼 비바리퍼블리카를 소개할 때 이승건 창업자를 빼놓고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그의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띄는데 그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실제로 가족과 친구들은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그를 강하게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의 염원을 아무도 꺾을 수 없었고,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한 이후 그는 8번 사업 실패를 겪었다. 실패가 거듭되자 그는 팀원들에게 일을 멈추고 흩어져서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관찰하자고 제안했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던 그는 돈을 주고받는 게 불편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렇게 2015년 '토스'가 탄생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민중들이 외치던 '비바 리퍼블리카(Viva Republica)'라는 구호처럼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서비스를 꿈꿔왔던 이승건 대표는 8번의 실패와 9번의 도전 끝에 금융에서 해답을 찾았다.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는 2016년 누적 송금액 1조 원, 2017년 누적 송금액 10조 원을 달성하며 폭풍 성장했다.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토스는 2018년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2020년 '토스인슈어런스'로 사명 변경)했다. 그리고 2020년 LG유플러스의 PG 부문을 인수해 '토스페이먼츠'를 출범시킨 토스는 금융투자업 본인가와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획득하여 2021년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차례대로 설립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야놀자, 두나무와 함께 '데카콘(기업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거론된다. 야놀자의 2조 원 투자 유치에 구주매출이 포함되어 있는 점,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암호화폐 변동성에 크게 좌우되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투자만으로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돌파한 실질적인 데카콘은 비바리퍼블리카가 유일하다. 2018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28위에 선정된 비바리퍼블리카는 2021년 쏘카로부터 'VCNC(타다)'를 전격 인수했다. 핀테크를 넘어 모빌리티까지 넘보는 비바리퍼블리카는 나스닥 직상장 루머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올해 Pre-IPO를 마무리짓고 2023년 코스피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Business] 신금융 제국을 건설하다.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비바리퍼블리카의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보기 전에 토스의 진화를 알아보자. 서비스 초기에는 가상계좌를 활용해 가입자끼리 돈을 주고받거나 상대방의 연락처를 통해 송금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은행 전산망을 이용했기 때문에 월 10회 무료 송금 이후에는 사용자에게 500 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중 400 원을 은행이 가져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수익원이라 하기에는 창피한 수준이었다. 2019년 말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토스는 은행 전산망 대신 금융결제원 표준 방식을 통해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뱅킹 덕분에 송금 수수료가 약 10분의 1로 감소하자, 2021년 8월 토스는 과감하게 송금 수수료 평생 무료를 선언했다.



토스는 대출, 카드 등 금융상품 중개 수수료와 신용조회,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 제공 보수를 주된 수익원으로 한다. 예를 들어 개인별 자금상황에 맞는 대출을 찾아서 금리를 계산해주고, 개인별 생활패턴에 맞는 카드를 찾아서 혜택을 비교해준다. 그리고 예전에는 확인조차 어려웠던 신용점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여러 금융사로 흩어져 있는 자산내역을 한눈에 보여준다. 게다가 신용을 높이고 자산을 키우는 다양한 팁까지 제공한다. 이처럼 비바리버플리카는 50여 개에 육박하는 크고 작은 서비스를 런칭해서 대부분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즉,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주고, 기업으로부터 비용을 걷는 전형적인 B2B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어느덧 토스뱅크(은행), 토스증권(증권), 토스인슈어런스(보험), 토스페이먼츠(결제)를 거느린 종합 금융사가 되었다. 자잘한 서비스들과는 규모나 수익성에서 차원이 다른 만큼 향후 비바리퍼블리카의 운명은 이들의 성패에 달렸다. 그중에서도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의 고객들이 자금 대출과 주식 거래를 활발히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비바리퍼블리카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사용자경험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사와 차별화된 신금융 제국을 건설했다.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가진 4대 금융지주도 진땀을 흘리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비바리퍼블리카는 월등하게 앞서나가고 있다.



[Performance] 몸집은 키웠는데 근육은 글쎄...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비바리퍼블리카는 착실하게 투자를 유치하며 덩치를 키운 대한민국 스타트업 역사의 모범 사례이다. 2015년부터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고, 매년 투자를 거듭해 2021년에는 46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G 투자를 받았다. 시리즈 G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8조 원으로 평가받았는데, 상장을 앞두고 마지막 투자를 받는 2022년에는 최대 15조에서 20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각각 20조 원 상당의 시가총액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하나의 어플에 뱅킹부터 페이까지 끌어모으는 '슈퍼앱 전략'을 내세운 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하면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의 당연한 숙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내 유일의 데카콘 토스마저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MAU)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액은 1187억 원에서 7808억 원까지 약 7배 수직 상승했으나, 토스증권과 토스뱅크의 잇따른 출시와 파격적인 송금 수수료 평생 무료 정책을 실시한 영향에 영업손실은 1154억 원에서 1796억 원으로 늘어났다.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토스가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누적되는 적자와 부채를 매출액과 이용자 수로 정당화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몸집이 커진 게 '살크업'인지 '벌크업'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것이다.



[Competition] 우리는 스파르타 전사들처럼 일한다.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김봉진 대표와 우아한형제들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아예 없었던 시장을 새로 개척한 탐험가라면, 이승건 대표와 비바리퍼블리카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원래 있었던 시장을 파괴한 혁명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비바리퍼블리카에게는 적이 많고, 어느 하나 거를 타선이 없다. 핀테크 산업의 핵심 격전지인 페이 시장에는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와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에 쿠팡, 당근마켓 등 또 다른 유니콘까지 막강한 상대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은행, 증권, 보험에는 막강한 자본으로 무장한 '여의도 큰손'이 버티고 있는데, 4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금융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를 외치는 이승건 대표와 토스 팀의 모습에서 골리앗에 맞서 싸우는 다윗, 페르시아 100만 대군에 맞서 싸우는 스파르타 300 명의 전사들이 떠오른다. 최근 토스가 모든 입사자들에게 1억 원씩 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이승건 대표가 사비를 들여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테슬라 차량 10 대를 공수했다는 기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보상이지만 토스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기존 금융사에 비해 한참 뒤쳐진 자본력, 비우호적인 핀테크 산업 규제에서도 비바리퍼블리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워라밸을 망가뜨리면서 사력을 다해 싸우는 스파르타 전사들과 같은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토스의 10년 뒤 미래가 어떻든 간에 비바리퍼블리카는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승건 대표는 무엇이 아쉬워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을 포기하고 불확실성 투성이인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을까.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는 창업자, 관성을 거부하고 관습을 타파하여 만든 서비스, 뿔이 열 개나 달린 데카콘을 만들어낸 일련의 투자, 일당백으로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팀원들까지,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야기는 소설가도 쓰지 못할 것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1억 원씩 현금으로 쏴 주는 토스, 대출부터 결제까지 하나의 어플에서 넘나드는 토스, '수수료 정도는 기꺼이 내주는 토스'는 우리 삶의 불편함도 저 멀리 넘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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