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왕따인 적 있었다

아이들의 세계부터 있는 것

by 조이


아이가 하루동안 세 번 울었다고 한다. 같은 반 친구(A)로 인해. 어릴 때부터 지켜봐 왔던 A는 주도적인 면이 있지만, 자기 마음에 내키지 않을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 주동하는 면도 가지고 있다. 아직 아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하는 행동이 예사롭지가 않다.


아이들끼리 역할놀이에서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역할을 정하는데 A가 갑자기 규칙을 바꿨다고 한다. A는 이미 한 역할을 차지하고선 남은 자리를 위해 제비 뽑기를 세 번 하기로 했는데, 두 번 연속 딸아이(B)가 나오니 갑자기 다섯 번으로 늘리자고 했다는 것. 당연히 B는 부당함을 느꼈을 것이다. B는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엔 규칙을 바꿔서 투표를 두 번 하기로 했다. 첫 번째 투표에선 B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온 아이 C와 최종적으로 두 번째 투표를 하게 되었는데,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A가 귓속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나중에서야 다른 아이가 B에게 사과하며 전해주길, A가 친구들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C 뽑아, C 뽑아."


투표 결과는 B가 1표, C가 8표. 규칙에 마음대로 개입한 A로 인해 속상함을 느꼈던 B는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고 한다. 평소 B와 친하게 지냈던 C가 양보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B는 이미 기분이 상해서 역할놀이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가는 길에 A가 가방을 크게 휘두르며 딸아이를 아프게 한 탓에 또다시 눈물이 났다고 한다.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는지, 옆에 있는 딸아이를 의식해서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딸아이가 그 아이 옆에서 주눅 든 마음으로 피해 다녔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퇴근길에 남편에게 '딸이 많이 울었다더라'는 이야기만 전해 듣고, 집에 들어와서 신발을 벗자마자 중문 앞에서 마주 앉아 묻고 들은 이야기였다. 아이들 놀음에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릴 적 따돌림 경험이 있던 나는 그것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오랫동안 남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우선은 딸아이에게 기약 없이 '혼내주겠다'는 말보단 앞으로 이런 일(의도적으로 배제시키는 행동,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 지속된다면 A의 엄마에게 일러주겠다, 그전에라도 엄마가 A를 마주치게 된다면 어떻게 물어보고 어떻게 말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있었던 일을 조목조목 전달하는 아이를 보니 많이 컸구나 싶기도 해서, 어릴 적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갔던 나는 인기가 많았다. 전학생 효과일 수도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 나의 팔짱을 끼려고 나를 가운데 세우고 양 옆으로 줄을 지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갈 때마다 그렇게 하니 복도에 사람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a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나와 놀지 말라고 귓속말로 속삭였고, 이후론 그 많던 아이들이 내게 말도 걸지 않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a의 눈치를 보느라 대답도 해주지 않던 아이들이 야속했다. 결국 나는 a에게 따졌고, 나보다 덩치가 크던 a에게 밀려서 넘어져버렸다. 넘어진 채로 올려다봤을 때 나를 둘러싸고 있던 그 무리들을 잊지 못한다. 각각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한 사람, '네가 감히'라는 화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a의 표정이 생생하다. 넘어져있던 내게 손 내밀어주지 않고 그 옆에서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의 얼굴도 똑같은 표정으로 기억될 뿐이다.


어린 나는 창피하고 속상한 마음에 그대로 뛰쳐나가 화장실에서 엉엉 울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두 아이가 뒤늦게 찾아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나는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그 친구들에게 느꼈던 배신감까지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에게 3학년 때의 내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었다. 엄마가 너의 그 마음을 아는 것이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고 나서 아이를 품에 안고 기도해 주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엄마가 위로해 줘서 속상한 마음이 씻겨 내려갔다고 말해주었다. 뒤늦게 걸려온 C의 전화에 위로를 받고 싱글벙글한 아이를 보며 그제야 안도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A에게 먼저 다가가 '네가 어제 규칙을 마음대로 바꿔서 속상했다'라고 말하자 A가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 말에 B는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르르 사라졌다고 했다. 이 말을 두 번이나 하는 아이의 목소리에서 아이가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전에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한 과정이 있었다. 속상하긴 하지만 있었던 일을 전달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으로 삼자며 딸아이에게 일러준 방법이었다. 엄마인 나의 속상함이 아이의 속상함을 대신하지 않기 위해, 엄마인 내 입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마음 다해 들어주셨고 A에게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일러주셨다.


A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속으로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까지도 다 사라져 버린 것, A의 미안하단 사과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눈 녹듯 사르르' 마음이 녹아버리는 신기했던 그 순간을 아이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내가 듣고 싶던 말, 네게 하고 싶은 말》


"네가 속상한 만큼 엄마도 속상해. 그런데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어. 그러니 앞으로도 이렇게 속상한 일이 있으면 지금처럼 엄마에게 말해주렴. 엄마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엄마는 너의 마음을 헤아리고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슬프고 속상한 마음은 씻어버렸지만, 네가 오늘 느꼈던 마음을 기억해. 우리 B는 착하고 예쁘고 똑똑하니까 나중에 많은 친구들이 너를 따르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진대도 그건 감사해야 할 일이지 결코 네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니거든.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있을 거야. 너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마음에 상처로 남기도 하겠지. 무리 지어 노는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의 세계에서는 특히 그럴 수 있는데, 너와 마음 맞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족하단다. 하지만 그 친구마저도 너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지 못할 수도 있어. 혼자라는 생각이 들 엄마를 찾거나 하나님을 찾으렴. 하나님이 너를 엄마에게 맡기셨는데, 엄마가 하나님께 매일 너를 부탁하고 있거든.


선생님께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것, 친구에게 너의 속상한 마음을 솔직하게 말한 것 모두 정말 잘했어. 쉽지 않았겠지만 너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과정에서 너의 진심이 전해졌던 거야. 네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말이야. 그리고 너를 속상하게 한 사람이 먼저 다가와서 사과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텐데 네가 먼저 다가갔다니 정말 대단해. 너의 용기 있는 행동에 엄마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 A도 아마 속으론 그랬을 거야.


그 과정에서 네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너를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만들었으리라 믿어.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상황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엄마가 항상 함께 하거나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함께 온기를 나누고 지혜를 모아보자. 그것이 외로운 바람이 부는 너의 마음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하는 따뜻한 햇살이 되길 바라. 그 힘으로 눈길을 먼저 밟아가며 걷다 보면 지금처럼 상처는 눈 녹듯 사라지고, 단단한 새살이 돋아날 거야. 봄이 오듯 네가 느낀 그 신기한 경험을 앞으로도 잊지 않길 기도해."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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