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

필터가 필요해

by 조이


내면을 글로 쓴다는 건 마음을 씻는다는 표현보다도 걸러낸다는 표현이 적확할 것 같다. 그러나 더러운 걸 억지로 끄집어내서 버리는 행위와는 다르다. 분명 다르다.


나는 체하면 반드시 게워내야만 나아지는 탓에, 결국엔 칫솔 막대기로 목구멍을 쑤셔댄다. 꼴도 보기 싫은 오물들을 변기에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글 쓰는 방식은 아니다.


토해내듯 글을 쓰는 시간도 있었다. 끝내 삼키지 못하거나, 억지로 삼켜도 소화해내지 못한 채 살아가기란 고통스러운 일이라서 차라리 뱉어내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매만지는 행위였다.


처음부터 부드럽게 쓰다듬을 수는 없었다. 마치 눈먼 자가 이게 무엇일까 두려운 마음으로 더듬어보는 손짓에 가까웠다. 도대체 이게 뭔지, 이게 뭐길래! 하는 심정으로 달려들 때는 더듬는 행위조차도 필사적이고 처절했다.


화가 나고 억울하고 미운 감정을 분노의 타자질로 내뱉으면서도 이게 정말 내 마음의 소리가 맞는지 수없이 검열하는 과정이 있다. 그것은 내 양심에 비춰보며 나를 인정해 가는 과정이자, 내가 나를 알아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기억들과 감정의 찌꺼기들을 걸러내기 위해선 먼저 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지금 내 상태를 바라보고, 떠올리고, 떠오르는 것을 쓰고, 감정을 매만지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글쓰기가 정적인 행위라서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걸러내는 과정 자체에 기다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참을성이 강한 편은 아니다. 글쓰기라는 여과기를 자주 사용할 뿐.


나이가 들수록 반드시 필요한 건 사진을 예쁘게 나오게 만드는 카메라 필터가 아니라, 마음의 찌꺼기들을 걸러내는 글쓰기 필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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