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남편은 조력자가 아니라 동역자다

by 조이


우리 가정은 남편과 나로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남편과 나 사이에서 탄생했다. 가족은 함께여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공동체다. 조력자인 줄 알았던 남편은 동역자였다. 동역자여야 하는 존재였다. 아무리 조언을 구하고 상담을 받아도 실전에서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었다.


우리는 아이에게 하나의 세계였다. 나와 남편이 나누는 대화, 서로에게 보이는 표정과 몸짓은 우리 각자가 아이와 나누는 그것만큼이나 중요했다. 아이가 부모와 맺는 관계는 아이의 견고한 세계 속에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부모였고, 우리는 아이의 세계였다.

아이의 세계를 단단하게 해주고 싶어서 남편과의 동역을 결심했다. 먼저는 내게도 동역자가 필요했지만, 그 자리에 남편을 앉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분명 가정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남편에게 나는 겨우 조력자 수준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럴수록 나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바깥에서 동역하고자 했던 '나의 그녀'는 이미 그녀의 남편과 동역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나는 내가 놓치고 있던 대전제를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큰 뜻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나 혼자선 이룰 수 없었다. 내가 이루어야 할 것은 하나의 결괏값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였다.


자녀가 하나도 아닌 둘도 아닌 셋도 아닌 넷 속에서, 그녀와 남편은 소박하지만 일상을 공유하고 존중하며 공존했다. 네 명의 아이들과 부모는 각자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견고한 팀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가정은 작은 천국 같았다.


천국에서 온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던 고민의 답은, 아이들의 세계이자 전부인 부모가 아이들이 머무는 가정을 천국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가정을 이룬 주체인 나와 남편이 이 땅에서 함께 이루어가야 하는 단 하나의 사명이었다.


그러므로 남편은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동역자다. 이제는 무엇이 못 미덥더라도, 말이 안 통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게 더 옳다고 생각되더라도 그를 가장이자 동역자로 인정하며 논의하고 함께 걸어갈 것이다.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공유하고 존중하며 각자의 세계를 잇는 일. 늘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 들랑날랑할 수 있다면, 세계와 세계를 잇는 사이의 틈에서라도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천국의 안식을 누릴 수 있으리. 그렇다면 천국이란 세계는 자연스레 넓어질 것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점차 확장될 것이다. 남편과 내 속에서 아이들이 태어났듯 아이들 속에선 또 다른 세계가 태어나겠지. 서로가 서로의 세계가 되어주고, 그 안에서 신세계를 경험하겠지. 그것은 아마도 천국이겠지.


이 세상은 천국이 아니건만 우리는 감히 작은 천국을 꿈꾼다. 가정 안에서. 아이들의 세계인 남편과 내가 서로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천국은 멀리 있지 않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있지만 또 언제나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다. 그것은 따뜻한 눈빛, 가벼운 포옹, 말을 예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천국 가는 그날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꿈꾼다.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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