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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팝업 전시회: 작가의 꿈

꿈을 발견한 것을 축하해

by 조이


어제 살짝 들렀던 전시회 이후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졌다. 그곳에 전시된 글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작가의 꿈. 나는 어쩌다 이 꿈을 꾸게 되었나.


퇴근길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일이 있으니 축하해 달라고. 추석 연휴 때 가족모임에서도 꺼내지 않았던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축하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여겼다. 브런치 10주년 전시회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브런치였고 내가 쓴 글이 전시되는 건 축전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전시회에 다녀와서는 별안간 엄마에게 축하를 받고 싶어졌다. 나를 백 퍼센트의 마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엄마. 나는, 평생 꿈이라는 단어가 낯설었거든. 뭘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어. 어릴 때, 내가 작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가 그랬잖아. 그거 돈 못 번다고. 그래서 김이 확 샜지. 엄마가 싫어하나 보다 하고. 그렇다고 내가 돈 잘 버는 학과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지금 하는 일도 전공과 무관하고. 그럴 거면 그냥 국문과, 문예창작과 갈 걸 그랬다고 가끔 후회했거든."


엄마는 맞아, 그랬지. 그러게. 라며 들어주었다.


"그래도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나 봐. 나 그냥 글 써서 올리는 데 있거든. 거기에 쓴 글이 뽑혀서 전시가 됐는데 글쎄 주제가 뭔지 알아? '작가의 꿈'이야."


꿈이란 건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꿈을 꾸는 건 뜬구름 잡는 일인 것처럼 여기며 살았다. 글을 쓰는 자체로 삶이 만족스러웠다. 글을 쓰고 나면 나도 알지 못했던 욕구가 충족되어 흐뭇하고 흡족했다. 그런데 그렇게 쓴 글을 보니 그게 바로 나의 꿈이었다.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글을 쓴 게 아니라, 글을 쓰다 보니 꿈이 되었다. 이렇게 계속 쓰다 보면 무엇을 쓰게 될까 꿈꾸는 삶.


"그림은 전시회가 익숙한데 글은 보통 전시하진 않잖아. 시화전 같은 거 외에는. 그런데 내가 주절주절 쓴 글이 전시되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 예전에 초등학생 때 썼던 시 알지? 그거 복도에 액자로 걸려있던 것도 생각나더라고."


알지 알지, 중학생 때 국어 선생님도 널 눈여겨봤었잖니. 엄마는 그것까지 기억해 냈다.


새삼 전시라는 행위가 갖는 힘을 생각해 본다. 어릴 적 복도에 내가 쓴 글이 걸렸을 때의 기분이 이리도 생생하게 소환된 것을 보면. 그때의 씨앗을 잘 키웠더라면 나는 좀 더 일찍 이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 좀 더 일찍 축하를 받을 수 있었을까.


내가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축하는, 꿈을 이루어서 받는 축하가 아니라 꿈을 발견해서 받는 축하였다. 엄마는 통화 끝에 내게 축하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말을 이렇게 들었다.


마음껏 꿈꿀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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