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육아
Mind your own business
Mind your business! 당신 일이나 신경 쓰시죠!
아기를 낳고 육아세계에 돌입하면서 여태까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임신기간을 예를 들면 배가 더부룩한 산모의 배를 미국에서는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는 것. 정 궁금하고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으면 당사자에게 먼저 물어본다는 것이다.
"Can I touch your belly?"
아가를 데리고 다니면서 더더욱이 느끼는 건데 온갖 모르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호구조사가 끝나고 아기가 하나라면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 대신 그냥 너무 귀엽다. 너네 아기는 몇 개월 됐니? 이 정도의 얘기가 전부라는 거다. 애티튜드의 다름이다. 내 아기가 신생아이던 2개월이던 3개월이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부모가 알아서 잘 키우겠지라고 생각하는 의식의 저변이 있다. 다만, 아기가 너무 울거나 마르거나 학대되는 정황이 포착되면 조용히 경찰에 신고한다. 오지랖의 차이가 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는 일찍부터 아기를 어린이집(daycare)에 보낸다. 어린이집에 가면 신생아부터 각 개월 수별로 다양한 아기들이 있다. "돌은 지나야 아기를 보내지. 아기는 엄마가 봐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참견하는 사람도 드물다. 대신 돈 벌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어찌하리. 물론 데이케어 보육교사가 7개월 된 아기를 때렸다 어쨌다는 뉴스는 들리지만 그런 범죄자들은 한국보다 형량도 무겁고 바로 신상공개를 해버린다.
따로 1년이나 되는 긴 육아휴직은 없다. 그래서 임신할 경우를 대비해서 휴가를 모아두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가정 중심의 문화라 아기가 아프면 양육자가(엄마든 아빠든)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게 당연하고 한국보다 훨씬 더 이해해주는 배경이 있다. 물론 아기가 아파서 집에 일찍 들어가는 사람은 눈치가 보인단다. 그러나 승진을 위한 회식, 그렇게 일을 소홀히 하면 되겠냐는 핀잔을 주는 상사는 드물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로펌에서 살인적인 강도로 일하는 변호사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 얘기.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연봉도 높으니까 nanny를 고용하겠지.
한국 출산율은 0.9라고 들었다. 산후조리원이 있고, 정부에서 출산지원금을 따로 준다지만 아기를 키우는데 부모가 다 필요하다는 사회적 이해와 분위기, 양육을 존중하는 직장문화가 없다면 출산율이 높아질까.
미국 출산율은 1.8이라고 한다. 현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적합한 출산율(인구 대체 가능)은 2.1인데 이것도 많이 낮아진 거라 한다. 10대 출산율이 많이 낮아져서 떨어졌다나. 그렇지만 30~40대 출산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미국도 여자에게 출산을 해야 완전한 여자의 몫을 다한 거 아니냐. 여자에게만 워라밸은 어떻게 챙기냐는 질문을 한다. 이는 여전한 성차별적 발언이며 인식개선 및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유연한 노동시장과 아기에게 돌보는 양육자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 라테 파파 문화가 한국보다는 더 넓게 퍼져있는 거 같다.
육아를 온전히 여성에게 맡기기엔 육아는 너무 버겁고, 외벌이로 온 식구가 먹고살기에 물가는 비싸다. 아기를 키운다는 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꿈나무들을 키운다는 건데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을 양육하는 책임이 가족에게만 부여되는 건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