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정말 실감 나게 그리는 사람, 음식을 맛깔나게 담는 사람, 사진을 감각적으로 찍는 사람, 기억을 정교하게 잘하는 사람, 문장을 상상될 정도로 잘 쓰는 사람 등등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기 쉽다. 그래서 나는 내가 평균보다 조금 높다고 생각하지만 내 부족함을 들킬까 두려웠다.
그래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읽으며 토끼가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잘 뛰면서 왜 낮잠을 자서 달리기에 지냐. 바보다. 바보.'
하지만 나는 항상 토끼가 부럽고 토끼가 되고 싶었다.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토끼 같은 사람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더 빨리 달리고자 노력했다. 내 스타일은 거북이인데 토끼가 되려고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쳤다. 급기야 번아웃 상태까지 왔다.
그러다 아쿠아리움에서 헤엄치는 거북이를 만났다. 바닷속 거북이를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네가 있어야 할 것은 여기였구나.'
어쩌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속에 거북이도 바다 거북이 아니었을까? 속도는 느리지만 바다까지 가기 위해 묵묵히 천천히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 아주 편안하게 바닷속을 누비는 그런 묵묵한 거북이.
거북이는 원래 이길 수 없는 경기에 참여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걸어 나갔다. 바다거북은 해변에 알을 낳는다. 그리고 알에서 깬 새끼 거북은 해변을 걸어가야만 드넓은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걷지 않으면 바다에서 아주 유연하고 자유스러운 헤엄을 치지 못한다. 아니, 바다라는 곳을 보지도 못 할 것이다.
나는 이제 바다 거북이 되고 싶어 졌다. 천천히 가다 보면 나도 바다에 이르러 내가 모르던 그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