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글을 왜 쓰는가?
나는 꼼꼼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 다이어리는 항상 1월부터 2월까지만 가득 쓰여 있고 점점 글이 없어진다. 매번 잘 쓰겠다고 다이어리를 사지만 그 기록은 중간에 끊겨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아예 다이어리를 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재를 정리하다 대학 때 쓴 다이어리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 기억이 나지 않던 일들이 그 기록을 통해 '아~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당시를 생각나게 해 주었다.
또 어떤 일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내가 했던 공부의 기록, 식사의 기록, 그 당시의 감정을 담고 있기도 했다.
그때부터 아주 조금씩 기록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기에 조금씩 기억날 때 꺼내보고 싶어졌다.
아이를 낳고 나니 더욱 그랬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도 잠깐이다. 곧 그 기억을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가끔 꺼내보고 싶을 때 보기 위해 기록을 습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좋은 강연을 듣고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고 실현하기 위해 다이어리 앞쪽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또 책을 읽고 내가 한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기록한다.
그리고 1년 전, 2년 전 나를 돌보기 위해 기록을 한다. 때로는 그때 해결되지 않던 질문들이 해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땐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과정을 적는다.
결국, 나를 기억하기 위해 적는다. 내 글의 가장 주요 제재가 내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기록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모유수유에 실패하고 적은 글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과정을 보면 내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때로는 너무 사건도 많고 정신없이 살아서 엉망이라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내 삶이고 그 삶을 통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찾고 또 타인에게 영향력을 주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도 느리지만 천천히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