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매 구매대행
오프라인 매장 폐업 이후, 한동안은 육아에 집중하며 조용히 지냈다. 세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었고, 동시에 나를 다시 회복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자 마음 한편에서 다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라났다. 틈틈이 정보를 찾고, 관심 있는 박람회도 가보고 , 강의도 들으며 가능성을 조심스레 열어갔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온라인 시장이었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분명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무렵,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제대로 갖추고 시작해야지.” 듣기에는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말이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준비는 완벽하게 하고 싶고, 시작은 작게 하고 싶고. 하지만 그 둘은 좀처럼 동시에 오지 않았다. 항상 뭔가가 부족한 것 같았고, 시작은 늘 ‘그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결국, 나는 부족한 채로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출발선에 서 있었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그땐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8년 전, 온라인 쇼핑은 지금처럼 쿠팡의 로켓배송이 당연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알리바바에서 직구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다. 나는 이미 중국 무역을 해오던 분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에서 소매영업을 하는 사업자들을 위한 중국 도매 구매대행에 도전했다. 규모와 실적이 뒷받침된 중국 공장들이 많아서 초기엔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소싱한 제품이 판매단가가 흡족할 만큼 좋은 단가로 공급할 수 있었다. 진행 과정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확실히 국내 판매에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 정보를 받으면, 파트너를 통해 중국 현지 직원이 해당 제품을 찾고 가격을 협상한 후 구매를 대행했다. 블로그, 네이버 카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알렸고, 놀랍게도 초기부터 주문이 들어왔다. 처음이어서 신기하고 재밌게 일을 하던 중 간간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샘플과 본제품의 퀄리티가 다르기도 했고,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때로는 원래 주문한 사양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객이 원한 것과는 다른 제품이 도착하기도 했다. 통관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인증 절차에서 막히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정치적으로 사드 이슈가 있던 시기여서 중국무역 환경은 악화되어갔다.
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나와 소매업자 고객의 단순한 구조였지만, 주문량이 늘면서 한국 파트너, 중국 현지 직원, 여러 공장들, 통관 대행사, 각종 인증 기관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업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여러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자연스럽게 커져갔다. 그때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건, 나의 통제 밖에 있는 요소가 많을수록, 사업의 리스크는 커진다는 사실이었다. 중국 공장과의 의사소통과 신뢰문제가 품질 문제로 이어 진적도 있고 , 신뢰 하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경험했다. 이 모든 경험은 내게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다.
파트너십도 좋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기대치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의 영향력. 무엇보다 '중간자' 역할의 한계와 책임의 모호한 부분이 일하면서도 답답했다. 다른 사람의 결정, 국제 정세, 통관 규정, 환율 변동... 이런 외부 요인들에 좌우되는 사업 구조는 생각보다 많은 위험을 내포하며
내가 하기엔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다음 단계의 고민으로 이끌었다. '어떻게 하면 외부 변수를 최소화하면서도 내 강점을 살릴 수 있을까?' 1인 기업의 가능성이 점차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원인과 책임이 명확한 구조로 일하는 게 나에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업은 결국,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 도전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실행했다는 경험' 자체가 내게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다음 도전에서는 이 경험을 토대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