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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행 Mar 23. 2022

서울 자가에 공기업 다니는 대리 이야기

드디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1~3편을 모두 다 읽었다.

큰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사실 1편 김부장 편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이고 아무래도 작가님이 직장인이다 보니 전업 작가가 쓴 소설처럼 글이 살아있거나 특색 있진 않았다. 하지만 술술 잘 읽혔고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어 재밌게 잘 읽어서 2편도 보게 되었다. 2편 정대리 편은 내가 관심 없는 사치 부리는 사람의 이야기여서 별로라고 느껴져 '역시 1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말이 맞는구나'하고 3편을 봐야 하나 고민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이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였으면 이렇게 인기 있진 않았을 것이다. 핵심은 '서울 자가에'에 있다.

그래서 재테크에 일가견이 있는 송과장 편까지 보고 이 이야기가 나에게 와닿았는지 판단해야 할 것 같아 3편까지 보았다.

결론은 3편이 가장 재밌었고 와닿았다.

아무래도 재테크가 나의 관심사이고 3편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제일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랬나 보다. 작가님도 쓰면서 는 것 같았다.

요즘 SNS의 인플루언서들이 인기 있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전문가나 연예인보다 어딘가 미숙하고 부족할 수 있지만 친근하고 더 현실적이다.

이 책의 매력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3편을 읽고 내가 평범한 사람 중에는 괜찮은 타이틀인 '서울 자가에 공기업 다니는 대리'임에도 어딘가 불만족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는 저 타이틀 너머의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서울 자가에 공기업 다니는 대리는 비율로 따지면 높지 않을지라도 그 수는 많다. 내 주변에도 꽤 있다. 유일무이하지 않다. 이 타이틀이 내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없다.

최근 그래서 SNS도 시작해보고 방 정리도 해보고 여러 시도 중이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결국 찾는 걸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담도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가서 새로운 음식은 꼭 먹어봐야 하고 여행지도 갔던 곳보다는 처음 가는 곳을 가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처럼 지금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건 나다운 거니까.


방정리 하다 발견한 신문 스크랩! 이때부터였나 나의 재테크 공부가 :)


위 신문스크랩을 보듯이 부동산 이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위 사진은 2005년의 기사인데 최근의 자료가 궁금해 검색해보니 12년이 지난 2017년에도 역시 3500만 명이 땅 한평 소유하고 있지 않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부동산은 그 이름대로 변하지 않은 것이다.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2010년대 기준 지난 50년간 쌀 50배, 연탄 55.7배, 휘발유 77.5가 올랐는데 땅값은 무려 3000배나 올랐다. 단순히 물가가 상승해 부동산이 함께 올랐다는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치다.

아마 조선시대, 어쩌면 훨씬 더 이전부터 우리는 부동산에 웃고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더 박탈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1. 한국 소득의 수준과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다. 이런 가운데에도 정용진 회장이 베벌리 힐스에 집을 산 건 나에게 1도 타격감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 옆자리 대리가, 나와 같은 대학을 나온 동기가 내가 사는 곳보다 좋은 집을 샀다는 건 큰 타격감을 준다. 보릿고개 시절처럼 절대적으로 가난하지도 않고, 과거 부자의 기준이었던 백만장자(12억)가 한국에서 더는 대단한 수치가 아니게 되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우리는 아직 상대적으로 빈곤하다고 느낀다.

2. 많은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자본에 대해 학습을 하여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IMF, 세계금융위기, 최근의 폭발적 집값 상승 등을 겪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근로소득만을 착실히 모아 자본을 입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우리나라는 GDP 순위 10위에 오를 만큼 경제대국이지만 금융문맹률이 높다. OECD 금융이해력 수준 조사에 따르면 목표 점수를 미달한 '낙제' 비중이 61.5%에 달했다. S&P global 조사에서도 세계 77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경제규모에 비해 금융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금융이란 금전을 융통하는 일이다. 한국은 경제력은 좋으나 금융이해력이 낮으니 그동안 돈은 잘 벌었지만 돈을 융통하는 일에는 서툴렀다는 뜻이다. 그러니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더 큰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물론 국가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실시하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이미 마친 성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조금만 관심 갖고 찾아보면 교육자료는 널렸다. 유료 강의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 질 좋은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수도 있고 서점이나 중고서점에 가서 살 수도 있다.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료, 중급자가 심화할 수 있는 자료 등 재테크와 경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관련 콘텐츠는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 마음에 있다. 부동산이 오르는 것, 내가 사지 않은 주식이 오르는 것, 내가 산 주식이 떨어지는 것은 단기적으로 내가 조정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집착하고 우울해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공부하지 않은 채 내가 희망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초급자뿐만 아니라 중급자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저자가 세 자릿수 자산가인 만큼 재테크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단순히 재테크에 관해서만 나열하지 않은 점이 좋다. 대부분의 이야기에 공감했지만 아래 사진에 물음표 친 부분은 의아했다. 어디에 가치를 더 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행복과 자유는 어디에 속하고 포함된다기보다 독립적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이 문장에 물음표를 던진 건 내가 행복과 자유 중 행복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에겐 경제적 자유는 행복으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행복은 자유의 일부인 거잖아." 뒤에 이어지는 대화로 유추해보건대, 저자도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과정 중 행복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경제적 자유가 삶의 목표일 수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투표를 해본 결과 50대 50으로 나왔다. 브런치에서의 의견도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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