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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숙 라라조이 Apr 05. 2021

시차에 대한 상상

인도, 포르투갈 드로잉 여행기(20202.1,2월)

여행을 할 때면 매번 신기한 것이 시차다.


비행기가 오전 8시에 출발하여 10시간을 비행한다. 그런데 여행지에 도착하면 다시 오전 8시가 되어 있는 신기한 마법. 하루를 다시 사는 느낌!


나는 상상한다. 아침에 해가 뜨는 곳에서 출발하여 계속해서 서쪽으로 이동하면 하루 종일 싱싱하게 아침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다가 한 바퀴를 돌아 날짜변경선을 지날 때 느닷없이 하루의 시간이 꼴까닥 넘어가 버리겠지. 그러면 나는 하루의 오후와 밤이 황당하게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되고 당황할 것이다. 그러고는 허탈한 심정으로 달력의 날짜를 확인하겠지. 시간을 번 것처럼 하루를 지내다가 덜컥 도둑맞은 그 느낌.


누군가와 헤어져 있는 것은 나와 그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마저 다르게 살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있는 곳이 아침인데 그가 있는 곳은 밤일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


나는 상상한다. 하루 중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보자기에 싸서 지구의 자전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 그가 있는 곳까지 가서 풀어놓는 것을.


그러면 그가 말을 할 것이다.

.

.

.

“당신에게선 아침 바람 내음이 나는군요.”




멀리 있는 그대 잘 지내시는가 <포르투갈, 시트라, 페냐성>

물감들인 도화지에 펜, 콩테,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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