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는 항구도시인 리스본에서 생겨난 포르투갈의 전통 민요로, 그 옛날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애타게 불렀다고 한다.
리스본에서 길거리 버스킹이나 재즈바 같은 곳의 음악 공연이 보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이 통했는지 파두 공연을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나온 두 남자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첫소리부터 마음을 흔들었다. 두 남자 중 한 사람은 내 느낌에는 포르투갈 역사만큼이나 나이가 많은 듯 보였다. 처음엔 그 악기가 만돌린인 줄 알았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때론 경쾌하고, 때론 구슬프게 연주되었다. 그것은 12줄의 포르투갈 기타라고 했다. 이름은 ‘기타라’라고 했던가. 나에겐 그 올드맨의 신들린 손가락 연주만 들렸고, 내 마음을 울렸다. 그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깊은 연주.
그리고 이어 나온 파두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는 나를 홱 낚아채어 첫 파두에 대한 기억으로 끌고 갔다. 그 강렬함 속으로.
나이가 많은, 인생 다 산 것 같은 여인이 무대 한 편에 놓인 의 자에 철퍼덕 앉아 있다. 다리를 벌린 채 축 늘어져 앉아서 노래를 시작했다. 첫 음에 깜짝 놀랐다. 그 탁한 음성과 틀에 갇히지 않은 노랫가락이 노래 같지 않았다. 한을 토해 내는 것 같았고, 울부짖음 같았다. 마치 서양에서 처음 접한 나의 어린 시절 첫 판소리, 창을 들었을 때의 불편함과 비슷하였다.
그녀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시를 읊는 것 같이. 슬프고도 처절한 시를 외쳤다. 언어를 몰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마음은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알겠어.’ 하고 대답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