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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르파트재 Nov 17. 2020

주말에 동물원에 다녀왔습니다.

홈스쿨 미술이야기




초등학교 3학년 보라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미술을 너무 좋아해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큰 맘먹고 보내셨다고 했다.

미술을 할 때 보라의 표정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수업을 거듭하면서 수줍던 아이와 관계가 돈독해졌다.


아이와 그림 주제를 나누고 그리기 시작하는데 미술 연필을 한 참 동안 잡고만 있었다.

“왜 안 그리고 있는 거야?”

“선생님,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이 안 나요”

“아, 그래 혹시 직접 본 적은 있니? ”

“음, 너무 오래돼서 생각이 안 나요”

순간 당황이 되었다.

보통 3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기본적인 동물의 형태를 그렸기에.....  

환경과 경험의 차이가 아이마다 다름의 모습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되뇌었다.    


  

보라에게 

“혹시 동물원에 갔던 기억이 나니?”

“오래전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래? 선생님하고 코끼리를 살펴볼까?”

보라에게 동물 사진과 영상자료, 책을 보여주었다.

보라는 천천히 그리고자 하는 동물을 생각하며 스케치북에 그려나갔다.  


  

며칠 후 보라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어머니에게 수업에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리고 기회가 되면 가족들과

동물원에 나가볼 것을 넌지시 권유했다. 

    

며칠 뒤 보라 어머니가 정기적으로 있는 부모상담에 오셨다.

“선생님, 주말에 동물원에 다녀왔어요”

“어머니, 너무 잘하셨네요. 보라가 너무 좋아했겠네요”  


  

생각에만 머무르면 진전이 없다.

관찰은 생각을 통찰하게 하고 성찰로 가는 문을 연다.

문을 열어준 어머니가 그저 고맙다.


내일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올 보라가 그려진다. 

웃음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질 얼굴이 기대된다.     




*글 속에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코끼리의 외출    글그림:뽀르파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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