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 거칠고 무딘 나의 언어로 번역하기
세계철학사 2권 1장_'번역'에 대하여
by 조이캄JoyCalm Apr 28. 2024
거칠고 무딘 나의 언어로 떠듬떠듬 번역해 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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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에서 길어 올린 한 문장>
어떤 사상은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태어나며, 특정 언어로 동시대나 선행하는 다른 사상을 참조하면서 표현된다. 그것이 다른 시대 다른 언어로써 다른 문화권으로 옮겨지는 경우, 번역이라는 영위가 필요해진다. 번역 과정에서는 갈등이나 위화감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 개별적인 철학 용어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학설과 체계 전체가 한 덩어리로 번역됨으로써, 새롭게 표현된 철학뿐만 아니라 그 기원 놓여 있던 철학도 변용을 일으킨다. 번역을 통한 월경이 철학이 철학에 세계화를 초래한다. 번역은 수용 reception이라는 창조적인 영위이며, 이 과정을 좀 더 많이 경험한 사상, 좀 더 풍요로운 전개를 보인 철학이 세계철학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번역이라는 창조적 영위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품은 철학이야말로 세계철학이라고 부르기에 어울린다. <세계철학사 2권 38쪽>
<한 줄 철학>
번역이라는 행위를 통해 다른 시대 다른 언어로써 다른 문화권으로 옮겨진다. 고대의 철학이 번역이라는 창조적 과정을 통해 현대로 넘어와 새롭게 표현되고 변용된다. 새로운 창조적 영위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품은 철학이 탄생된다.
'여기에 있는 것이 창조적 과정을 통해 저기로 옮겨져 새로운 생명을 품게 되는 것' 이것이 '번역'이다. '여기의 언어'를 '저기의 언어'로 바꾸되, 원래의 것을 기억하면서도 더욱 풍요롭게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는 것이 번역이다.
'번역'이라는 것을 지면을 넘어서 소그룹방에서의 나눔과 연결해서 생각해 본다. 세계철학사 온라인 모임에서는 대그룹방에서 발제자가 발표를 한 후에, 소그룹에서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어색한 침묵'에 반응하는 나 자신을 보게 한다. 어색한 침묵을 인내하다 보면, 누군가 입을 떼고 침묵의 시간이 끝난다. 어쩌다가 예전 소그룹 방에서 만난 분이 계시면 혼자 말없이 반가워한다. 주제가 어려운 날에는 할 말이 없어 소그룹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묘한 즐거움을 맛보고, 깊은 배움을 건져 올리기에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번역'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소그룹에서의 시간은 세계철학사를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수려한 철학적 언어들을 거칠고 무딘 나의 언어로 떠듬떠듬 번역해 내는 시간이다. 느리지만 숨차게 번역하는 과정을 기다려주는 이들이 화면 너머에 눈을 껌뻑이고 있다. 거칠고 무딘 언어로 번역된 철학에 대한 나의 이해를 받아 들고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또다시 번역해 내어놓는다. 20여분의 시간이 흐르면서 거칠게 번역된 각각의 철학적 언어들은 한데 모아지고 생명력이 더해져 각자에게로 돌아간다.
2학년 초등학교 친구가 자신의 속마음을 번역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