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도 어질어질한 수많은 줄임말들
올해 학사년도가 이제 한 달 반 남짓 남았다.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노이의 학교생활.
잘 적응해 주고 다녀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작년 6월, 아이들은 지금 다니는 학교의 입학시험을 봤더랬다.
여름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영미권 나라들의 학사 일정으로 보면, 6월 입학시험은 이미 아주 많이 늦은 시기였다.
하노이에 있는 한국학교의 입학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국제학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기둥뿌리 뽑히는 국제학교의 학비를 자비로 감당해야 하는 우리 가족의 상황 상,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장학금과 재정 보조를 알아봤어야 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소개받게 되었고, 부랴부랴 뒤늦게 입학시험을 치르고, 꽤 많은 금액의 재정보조 혜택을 받으며 입학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노동력 제공과 아이들의 학비를 바꾸는 조건으로 몇몇 학교들과 거래(?)를 하고 있던 터라 늦어진 것도 있지만 다른 학교들에서 제시했던 조건보다 지금 학교의 조건이 가장 좋았고, 지금 학교의 학업 수준이 하노이에서 상위랭킹이었기 때문에 이 곳으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된 것이었다.
입학 시험은 영어, 수학, 한국어, 과학의 지필시험과 CT4 테스트였다.
CT4? 생전 처음 들어봤던 시험.
CT4 (Cambridge Checkpoint Test)
Cambridge Assessment International Education의 중등 과정(Primary/Lower Secondary) 평가 시험으로, 영어·수학·과학 중심으로 학습 성취도를 점검하며 IGCSE 진입 전 준비 단계의 역할을 함
검색해서 알아본 CT4 시험의 정의는 이러했으나, 설명에서 나오는 캠브리지 어쩌고와 IGCSE는 또 뭔 소리인가…
IGCSE (International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국제학교에서 9–10학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이 여러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며, 이후 A-Level 또는 IB Diploma Programme로 진학하기 위한 학문적 기초를 다짐
IGCSE를 검색해 보니, A-Level과 IB 디플로마가 설명에 포함되어 있다.
IB는 대충 들어보기도 했고, 캐나다에도 고등학교는 IB와 AP 프로그램을 하는 학교들로 나뉘기 때문에 그럭저럭 알겠으나 A-Level은 또 무엇인가.
A-Level (Advanced Level)
영국식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마지막 단계로, 보통 12–13학년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이 3~4개의 과목을 선택해 깊이 있게 학습하고 최종 시험을 통해 평가받으며, 대학 전공과 직접 연결되는 학문적 준비 과정
이렇다고 한다.
미국의 AP(Advanced Placement)와 비슷한 과정인 것 같다.
아, 뭐가 이렇게 많은 것인가.
아이들의 학교는 A-Level은 폐지되고 IGCSE 2년, IB 2년으로 고등 4학년이 운영되고 있었다.
IB도 아주 간단하게 찾아보면,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고등학교 과정(IB Diploma Programme)으로, 과목 학습뿐 아니라 Extended Essay, CAS 활동, TOK 등 탐구·글쓰기·비판적 사고 중심 평가를 통해 대학 진학 준비를 하는 프로그램
아이들이 입학시험으로 봤던 CT4의 결과가 10개월이나 지난 지난달에 통보되었다.
그런 시험을 봤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터라.. 최근에 뭔가 다른 시험을 본 줄 알고 내가 학교 공지를 놓쳤구나 생각하면서 이메일을 열어 보았다.
한 아이당 몇십 장의 평가지가 도착해 있었다.
큰 아이는 시각적인 정보를 지식화 하는 능력이 발달해 있다는 평가였고,
둘째는 전 부분에서 고른 우수함을 보인다는 평가였다.
영어가 기본으로 된다고 생각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봤던 테스트였는데, 캐나다와 미국에서 영재반 시험을 치러 봤던 둘째 말로는 그 테스트들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이었다고 했다.
평가지에서 특이했던 점은, 아이들의 지각 수준이 평균에서 어디쯤에 있는지 보여주기도 했지만, 위에 언급한 IGCSE, A-Level, 혹은 IB 과정으로 갔을 때 어느 정도의 수준의 학업 성취가 예상된다는 그래프도 함께 보여주었다.
6월에 방학을 하는 국제학교의 학사 일정은 5월이 가장 바쁜 달이다.
기말고사도 있을 뿐더러, GL 테스트도 본다고 공지가 내려온 것이다.
아, GL 테스트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GL Assessment
GL Assessment에서 제공하는 표준화된 진단 테스트로, 영어·수학·논리 능력을 측정해 학생의 현재 학업 수준을 파악하고, 학교에서 반 편성이나 학습 계획 수립에 활용됨
학부모도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학교생활이다.
이 모든 과정과 시험들의 목표는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쳐 놓을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취를 이루는 전인격적인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이대로만 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올 8월에 Y10이 되는 큰 아이는 얼마 전에 IGCSE 선택 과목 신청을 마쳤다.
필수 과목인 영어, 수학, 과학(물리, 화학, 생물), 한국어, 체육 외에 3과목 선택이 가능했다.
영어와 글쓰기가 강점인 아이는 EL(English Literature-영문학), 역사, 그리고 경영학을 선택했다.
음악과 미술 중 하나는 신청했으면 했는데, 선배들이 극구 만류하는 과목이라고 다들 기피한다고 했다.
둘째는 CT4 테스트 결과대로, 전 과목에서 고른 우수함을 보이며 Lower Secondary 과정을 차근차근 잘 밟아가고 있다.
수많은 줄임말들과 말도 어려운 이 과정들에 아이들을 넣어두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 것일까 잠시 고민이 되었었다.
더구나 저녁 시간, 나의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시간에 일을 하는 워킹맘으로서 미안함이 앞서기도 했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교육을 받게 된 아이들에게 우리 부부가 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영어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의 사교육이 아니었다.
오직 기초 학력 다지기, 자기주도 학습, 글쓰기 습관, 그리고 영어 능력이었다.
이 기본에 자신들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랄 뿐.
큰 아이가 대학이라는 큰 세상으로 나갈 시간이 이제 딱 4년 남았다.
당장 내년 학비를 열심히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사실 대학까지는 생각도 못하겠다.
12년 특례를 받아 한국으로 갈지, 계속 영미권 교육을 받아온 터라 연결해서 영미권 대학으로 진학할지, 혹은 대학이라는 선택을 보류하거나 인생 계획에서 제외시킬지.
그나마 감사하게도 몇 달 전에 거래를 제안해 왔던 자퇴 얘기는 쏙 들어간 상태이다.
이에 비해 둘째는 꿈이 아주 야무지다.
12년 특례가 뭔지도 몰랐던 아이가 지난 여름, 한국에 잠시 있으면서 알게 되더니 연세대 의대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
둘째는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 큰 아이에게 조금 더 집중을 해 보고자 한다.
이 어려운 줄임말들을 공부하듯, 아이를 살피며 이해하도록 노력도 하겠지만, 스스로 능동적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아이를 위하여 이 아이가 자신을 펼쳐놓을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주는 것도 나의 몫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