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단점을 먼저 말해버릴 것

단점이 약점이 되지 않도록

by now nina

내가 아주 좋아하는 후배가 있다.

어느 날 “제가 뒤끝이 좀 있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은 소심하고 뒤끝이 있어서 누가 자신에게 나쁘게 하면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둔다고 했다. 사람들의 무례함에 상처받기보다 “두고 보자”며 나중을 기약하는 것이 자신에게 건네는 뜨거운 응원처럼 보여서 밉지 않았다.

덕분에 “쟤, 은근 뒤끝 있더라”하고 뒤에서 험담할 기회는 놓쳐버렸다.

자신의 소심함을 쿨한 척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니 인정하게 된다.

자신이 먼저 말해 버린 단점은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는다.

깎아내릴 빌미를 제공하지 못한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의정보고서 제목은 ‘원피스 걔’이다.

그녀는 21대 국회의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20대 여성 의원이다.

평균 나이 55세에 남성이 80%를 차지하는 국회에서 “야, 어이”로 불린다.

타투 입법화를 위해 문신을 한 등을 드러낸 채 입은 보라색 원피스가 화제가 되어 붙은 별명이 ‘원피스 걔’이다. 정치판을 살아내기에 20대라는 어린 나이는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그녀는 어른인 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 맞추려고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녀 스스로 “원피스 걔가 나예요”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정 보고서를 한 명이라도 더 읽기를 바라며 자신의 약점을 대문에 걸고 개성으로 홍보한다.

약점을 장애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차별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내 얼굴에는 흉터가 있다. 어찌 된 일인지 흉터를 치료하려고 병원을 다닐수록 흉터는 더 커져만 갔다. 처음에는 사람들 만나는 것도 꺼려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화장으로 가리고 다닐 때 흉터는 나의 약점이었다. 친구나 동료와의 여행은 꿈도 못 꿨다. 가족이 아닌 사람 앞에서 세수하거나 씻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흉터가 좀 있으면 어때’의 마음이 생겼다. 이것이 내 얼굴이고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편해졌다. 숨기려고 하지 않으니 흉터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상처를 이겨내고 나았다는 증거일 뿐이었다. 내 일부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감추러고 하지 않는다. 노력해도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 쉽게 수용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뿐일까? 타고난 신체적 조건은 물론 기본적으로 타고난 성품도 그렇다. 키가 작아서, 소심해서, 마음이 여려서, 뒤끝이 있어서 그래서 그것이 나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단점도 다르다.

누구나 장, 단점이 있다. 장점만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 있는 사람도 없다. 잘 나가는 연예인도, 훌륭한 선생님도, 부러운 친구에게도 단점은 있다. 사람인 이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마치 나만 단점을 가진 것처럼 부끄러워하고 숨기려고 할 때 그것은 나의 약점이 된다.




구체적인 단점을 열거하고 뒤집으면 그게 개성 가득한 내 모습이다. 장점만큼 존중해 줘야 할 나의 일부이다.

단점이 약점이 되지 않도록 내가 먼저 내 단점을 직시하고 알아버리자.

남이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내 단점을 말해 버리면 더 이상 내 발목을 잡지 않는다.

남의 시선으로부터 구속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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