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맺힌 곳 없이 풀어내기
건강이 있는 곳에 자유가 있다. 건강은 모든 자유중에서 으뜸가는 것이다.
-H.F 아미엘-
겨우 시간에 맞추어 마사지 샵에 도착했다.
작지만 아름다운 샵에 잔잔한 클래식이 흐른다.
한 사람만을 위한 정갈한 침대 위에는 단정하게 개어진 마사지복이 놓여 있다. 옷을 만져보니 뽀송하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엎드려 눕는다. 시간도 느긋하게 흐르는 듯한 공간에서 나 혼자 바쁘다.
바깥세상의 분주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나를 진정시키고자 눈을 감고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본다.
어쩌다 호텔(모델 포함 퉁쳐서 호텔이라고 부르고 싶다)에 묵을 일이 있으면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심신이 노곤해지면서 여행의 피로가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한결 몸이 가벼워진다. 목욕 후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집에서도 매일 탕 목욕을 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길어야 20분 정도 몸을 담그고 말간 물을 그냥 빼서 버릴 때마다 무엇인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달랑 내 한 몸 담그자고 매일 그 많은 물을 버릴 생각을 하면 차라리 탕목욕을 포기하게 된다. 옛날에는 욕조에 물을 받으면 가족이 같이 목욕을 했다. 엄마가 먼저 목욕을 하고 나오면 물이 식기 전에 빨리 목욕을 마쳐야 했다. 그러고도 그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걸레를 빨거나 변기 청소를 했다. 요즘 딸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콧방귀도 안 뀔 것이다. 그런 절약정신이 몸에 밴 내가 감히 '매주 마사지받기'를 하고 누워있으니 이 일에 대한 내 변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통점을 이으면 내 몸의 형상이 된다.
마사지는 뭉친 어깨를 푸는 일부터 시작한다. 어깨 통증은 오래된 내 지병이다.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뭉치는 곳이 어깨이다. 어떨 때는 양치질만 해도 어깨가 아프다. 회전근개 파열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이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마침 입고 간 스웨트를 예로 들면서 오래 입으면 스웨트 올이 풀리는 것처럼 회전근이 가닥가닥 풀려있지만 수술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당연히 안 했다. 수술한다고 완치되는 것도 아니고 수술 후 후유증도 만만치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뭉치는 어깨 통증을 안고 살면서 재활의학과에서 주사 맞고 그 부작용으로 고생도 했다.
다음은 팔을 지압한다. 팔꿈치 통증도 앓아봤다. 힘든 가위질을 심하게 하고 난 다음부터 팔꿈치에 통증이 일어 한동안 오른팔을 못썼다. 정형외과를 꽤 오래 다니다 낫기는 했는데 지금도 두꺼운 무를 단번에 썰지는 못한다.
팔에서 이어지는 곳은 손바닥이다. 손바닥을 누르면 묵직한 통증과 함께 반사되는 혈류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처음 근골격계 질환이 시작된 곳이 엄지 손가락이다. 어느 날 엄지 손가락이 찌르르 한 느낌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결국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되었다. 손가락이 불편하게 되자 오른손 전체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주먹을 쥔다든지 물건을 잡을 수 없었다. 나중에는 왼손으로 밥을 먹어야 했다.
다음은 척추를 바로 잡는다. 척추라인을 따라 뭉친 곳을 풀어주고 등을 지압한다. 나는 남들이 허리가 아프다고 할 때 등이 아팠다. 등통은 통증 부위가 넓고 그만큼 사람을 힘들게 한다.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는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으면 바로 등이 아파왔다. 등은 손이 잘 닿지 않아 두드리기도 힘든데 말이다. 등통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낙상의 기억이 있으니 아마 그때가 시발점 이리라 혼자 짐작한다.
다리 쪽으로 가서 발바닥을 지압한다. 다들 알다시피 발바닥에는 오장육부의 혈이 다 모이는 곳이라 만지는 자리마다 통증 해소의 전율이 인다. 몇 년 전에는 족저근막염을 알게 되었다. 발뒤꿈치가 당기고 전기가 통하는 느낌으로 잘 걷지를 못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알게 된 병명이다. 물리치료와 주사를 맞고 나았다.
발바닥을 만지고 나면 무릎이다. 무릎은 가장 최근에 치료를 받고 있는 부위이다. 예전에도 2시간씩 영화를 보고 일어나면 무릎이 아파서 영화관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예고 없이 아픈 것 치고는 그 아픔의 강도가 심했다. 무릎이 빠개지고 으스러지는 것 같은 통증인데 참고 걷다 보면 곧 괜찮아져서 무시하고 지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앉았다 일어나는데 뭔가 무릎 안쪽에서 근육이 꼬인듯한 기분이었다.
근골격계 질환 : 목, 어깨, 허리, 팔다리의 신경. 근육 및 그 주변 신체 조직 따위에 나타나는 질환
웬만큼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하다 보니 병원 갈 일인지 한의원에 갈 일인지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이번에는 한의원으로 가서 침 치료를 받고 있다. 침 치료하는 김에 일 년 전부터 불편하게 당기던 허벅지 부위도 같이 치료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무릎 뒤 오금을 자극할 때는 식은땀이 날 정도이다. 기껏 풀어놓은 어깨가 다시 뭉칠 정도로 통증이 강하게 온다. 그런데도 뭔가 치료받은 느낌이다.
이쯤 적고 보니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건 뭐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관리하시는 분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다 아프거나 아팠던 기억이 있는 자리이다.
통점을 이으면 내 형상이 된다. 너덜너덜한 허수아비 같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하다. 심지어 건강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모든 통증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점진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컨디션에 따라 간헐적으로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엄마손이 약손이다. 마사지는 효과가 있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 " 엄마손이 약손이다. 빨리빨리 나아라"라고 운율 섞인 목소리로 엄마가 배를 만져주면 나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시지의 효과이다. 막힌 곳을 따뜻한 기운으로 어루만져서 뚫리게 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마사지를 BC 300년 전부터 운동선수의 통증 및 예방에 적용하였고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사지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신진대사 효과이다. 막힌 곳을 풀어주어 에너지가 순환 생성된다. 혈액순환을 도와 부기와 통증관리에 도움을 주고 체내 노폐물을 배출과 림프절 건강관리로 면역력이 향상된다.
둘째, 관절과 근육을 건강하게 한다. 관절 주변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관절액의 형성을 통해 인대의 탄력을 향상한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어 염좌나 탈구 등을 예방한다.
셋째, 체형을 교정한다. 비대칭적인 현상은 통증과 염증을 악화시키는데 발의 모양, 다리 모양 등의 비대칭을 마사지를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척추를 안정시켜 디스크 질환을 예방하고 몸의 근본적인 균형을 회복시킨다.
한마디로 마사지는 몸의 컨디션을 좋게 하고 뭉친 근육을 풀어서 근육 부상을 방지하는 예방의학이다.
이 글을 적기 전에는 나도 내가 이렇게 멀쩡한 곳이 없는지 몰랐다. 매주 마사지받는 것이 엄청난 사치로 여겨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참 바보다. 우리는 어쩌면 다 같이 이런 바보들인지 모르겠다. 아프고 난 다음에 쓸 돈을 미리 조금만 당겨 쓰면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그것을 미안해하는 것이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서 병을 키우고서야 자신에게 투자되는 돈을 받아들인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나는 건강한 근골격계를 유지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는다. 퇴직하면 매일 아침 햇살 속에 함께 산책하는 것이 남편과 나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작고 소박하지만 꼭 이루고 싶은 로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매주 마사지받기'는 계속 이어나갈 내 건강 버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