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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쁜샘 Dec 23. 2022

독일에서는 국산차를 타고 싶다

벤츠 아우디 BMW 벤틀리 부가티가 국산차인 나라  


독일에 한 달을 머무는 여정이라 가족여행 최초로 여행기간 내내 랜트를 하기로 했다.

한국은 외제차보다 국산차가 저렴하니

독일 역시 국산차인 벤츠, BMW, 아우디는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우물에서 개구리다운 생각을 하며 벤츠를 탈까, BMW를 탈까, 아우디를 탈까

아님 한 주에 한 대씩 바꿔가며 타 볼까 머릿속에서 사모님이 되어 이 차 저 차를 오가고 있었다.


쉐보레, 현대, 삼성

우리가 한국에서 타왔던, 타고 있는 자동차들.

한 번쯤은 고급스러운 외제차를 운전해 보고 싶었는데

독일에서 짧게나마 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여행이 더욱 설렘으로 다가왔다.


복직한 지 3개월이 지나갈 시점인지라 비어있던 내 명의의 통장에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기 시작하니 억대 연봉자라도 된 듯 이 정도는 타줘야지 싶더라.

남편이 독일에 가보고 싶다고 할 때

조수석에 앉아 바로 항공권을 검색하고 예약해 주었다.

통 큰 아내, 쿨한 아내 놀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일하는 여자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남편에게 랜트는 벤츠나 BMW로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것도 SUV 이상이면 더 좋겠다고 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오랜만에 보는 월급에 5년간 아이만 키웠던 아내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놀이에 잠시 취해있다는 것을 남편은 잘 알고 있었다.


며칠 후, 예약을 확정하기 전에 그가 보내준 금액을 보니 침이 꼴깍 삼켜졌다.

   천 만 십만 백만 몇백만.

당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니 독일은 국산차가 왜 이렇게 비싸?"


허허허

그는 그저 웃었다.

다른 걸로 알아볼까 물어봐온다. 뭘 물어보기까지. 당연한걸 부끄럽게시리.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포드 자동차 견적을 보내주는 것을 보니

벤츠든 BMW든 아우디든 금액을 보면 아내는 결코 예약하지 않을 것을 알았던 듯하다.


그래서 앞도 뒤도 없이 벤츠 BMW 아우디 랜트카를 말하던 내게 별 말이 없었구먼.


남편은 포드사의 치백 스타일 자동차를 예약해두었다고 한다.

3주간의 여행이니 짐이 많을 것을 생각해 치백으로 예약을 했단다.

이 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잔고장이 거의 없다는 것도 미리 확인을 받아 두었단다.

우물 속에서 단 꿈 꿀 때 남편은 이런 생각을 하고 조사를 했다니 좀 멋지네.

복직 후 달콤했던 월급받는 여자 놀이는 물가 비싼 유럽 여행 준비를 하며 현실 아줌마의 삶으로 돌아왔다.

 

벤츠와 BMW, 아우디가 독일에서는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

남편은 이런 한국 아줌마의 생각이 문자 한 통에 깔끔하게 정리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별 말이 없었으리라.

뭐, 그래도 내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나름 한국보다는 저렴하니까.



여행 가기 전에 그 나라에 대해서 또 하나를 배운다.

독일의 대표 3사 자동차는 그 나라에서도 비싸다는 것.


폭스바겐이 독일 국민차라고 하지만 벤틀리도 부가티도 폭스바겐 자회사더라

프랑스산, 한국산 외제차가 더 비싼 나라가 독일이더라.


독일에서는 외제차가 아닌 국산차를 타고 싶습니다.




번외 편)

우리 가족이 괌여행을 앞두고 있었을 때이다.

먼저 다녀온 아들 친구가 스포츠카를 타고 사진을 찍었단다.

5살이지만 본인도 남자라고 그 차가 멋있어 보였나 보다.


"엄마, 나도 괌에서 이런 차 타고 싶어"


아들에게 스포츠카 한번 타고 친구처럼 4 밤 자고 한국 갈래

아님 스포츠카 타지 않고 매일 수영하며 20 밤 자고 한국 갈래 물으니

그냥 스포츠카 타지 않고 20 밤 자고 한국 가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아들 마음을 달래주었다.

다음 날 스포츠카 타고 왔다고 자랑한 친구에게 나는 거기서 20 밤 자고 올 거라고 자랑했단다.

허헛


아들, 사실 짠순이 엄마는 4 밤 자더라도 스포츠카는 못 탈 것 같아

마티즈만큼 주차 편하고 가성비 좋은 차가 어디 있냐고

늙어서도 본인의 출퇴근 자동차는 마티즈일 거라고 말하는 아빠도 아마 같은 마음일 거야


그런데 외삼촌이 타던 자동차, 아빠 준다고 하니까 은근슬쩍 기다리는 걸 보면

아빠의 말이 거짓말일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 같이 속아주자.

아빠는 본인이 선택하여 마티즈를 타고 있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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