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Dec 28. 2022
정말 갑자기였다.
친구들을 만나 가벼운 이야기들로 수다를 떨며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수다 중에 불쑥 내뱉었던 '휴직'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꽂혔다. 예전에 휴직했을 때 이야기를 잠깐 했을 뿐이었는데... " 아...맞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내년에 휴직해야겠다."하고 말았다. 그렇게 갑자기 든 생각이 아무 이유 없이 확신에 찬다. 평생 남은 퇴직 전 시간 중 딱 1년 쉴 수 있는 안식년 휴직을 반드시 내년에 써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내년에 꼭 쉬고 싶을 만큼 올해가 힘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체력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내 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내년엔 반드시 생각만 하고 있던 여행에세이를 책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년엔 꼭 이루어야겠다. 방학마다 만지작거리던 원고가 학기 중엔 서랍 안으로 밀쳐지기를 몇 년째 반복하고 있다. 책을 낸다고 해도 금방 사장되어버릴지 모르지만 더 이상 묻어두고 싶지는 않다.
이유가 무엇이든 휴직을 결정하고 나니 마냥 신이 난다. 지난 4년 너무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너무 예쁜 학생들을 만나 너무 행복했지만 그럼에도 난 쉬는 게 더 좋다. 돌아보니 순수 교육 경력 14년 중 지속해서 5년을 근무해 본 적이 없다. 내 삶의 리듬으로 보니 딱 지금이 쉴 타이밍인가 보다 싶다.
겨울 방학을 3일 앞둔 시점, 겨울 방학부터 내겐 자유의 삶이 시작되는 듯 한껏 들떠 있다. 그 전 육아 휴직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휴직이었다면, 이번 휴직은 나를 키우기 위한 휴직이다. 내 삶의 전환점이 되는 시간이 될 거란 막연한 기대가 나를 설레게 한다.
열심히 놀아버리겠어!